디즈니 100주년 기념 ‘디즈니북’ 발매
클래식으로 듣는 추억의 명곡들
편곡에만 4년 걸린 장대한 작업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녕하세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에서 이젠 ‘랑서방’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랑랑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오랫동안 꿈꿔온” 디즈니 음악 앨범 발매를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랑랑은 오는 16일 월트 디즈니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 도이치 그라모폰과 디즈니 뮤직 그룹이 손을 잡고 선보인 ‘디즈니 북’을 발매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랑랑은 이 앨범에 대해 “편곡에만 4년이 걸린 장대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북’엔 ‘피노키오’, ‘백설공주’와 같은 클래식한 작품부터 ‘겨울왕국’, ‘코코’, ‘소울’, ‘엔칸토’ 등 최근작까지 27곡을 채워넣었다. 사실 “곡 선정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숙고 끝에 고른 음악 작업을 위해 세계적인 편곡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는 “이 앨범이 피아노로 연주한 배경음악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며 “리스트, 쇼팽,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스타일로 해석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설의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와 리스트 스타일로 완성한 ‘메리 포핀스’ 두 곡, 드뷔시 스타일의 ‘라이온 킹’과 ‘덤보’, 라흐마니노프 스타일의 ‘렛잇고’(겨울왕국), 쇼팽 스타일의 ‘신데렐라’가 태어났다. 모던 재즈 풍의 ‘정글북’, ‘뉴올리언스 재즈 느낌의 ’소울‘, 록앤롤 버전의 ’카‘, ’라틴풍의 ‘엔칸토’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안드레아 보첼리, 존 바티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도 참여했고, 랑랑의 아내인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는 ‘피노키오’의 주제가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영어와 한국어로 불렀다. 지난해 초 태어난 아들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랑랑은 “크로스오버라고 하면 보통 클래식 음악을 팝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앨범에선 디즈니 곡을 피아노 솔로나 협주곡, 실내악곡 등 클래식 스타일로 바꿨다”며 “클래식 곡은 음을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 앨범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음을 변경하고 바꿀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디즈니 북’은 랑랑 국제음악재단이 이어오고 있는 ‘음악 교육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랑랑 국제음악재단은 전 세계에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전문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돕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는데, 단순히 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며 “많은 아이들이 음악에 소외돼 있었고,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돼 음악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발매한 ‘피아노 북’은 랑랑의 음악 여정에서 의미 있는 곡을 모아 젊은 음악가들을 격려하는 음반이었다. 이번 ‘디즈니 북’은 ‘추억의 디즈니 음악’을 통해 전 세대가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음악은 제 삶을 바꿨고, 인류의 삶도 바꾸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디즈니북’을 계기로 아이들을 만날 때 좀 더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그동안 어린 아이들이 제게 디즈니 노래들을 연주해 달라고 했을 때 아는 곡이 ‘겨울왕국’ 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이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더 많아졌어요. (웃음)”
랑랑은 새 음반을 발매하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야외 공연장 할리우드볼,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홀 등에서 공연한다. 그는 “한국 공연 일정은 미정이지만 내년 여름 정도에 디즈니 야외 연주회를 가질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은 음악에 있어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이 한국을 방문해 연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