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이미 반년 가까이 전이다. 통상은 선거에서 진 정당이 시끄럽다. 당연하다. 대선에서 져서 야당이 된 정당은 누구 때문에 졌다는 책임론부터 후보를 잘못 뽑았다는 경선 문제점 지적까지 선거기간 누적됐던 온갖 문제가 들불처럼 번진다. 이긴 정당은 성찬을 벌인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한은 대략 2만여개를 헤아린다. 막강하다. 집권 여당은 기관장들의 남은 임기부터 계산한다. 자리배분 절차다. 낙선한 자와 선거 공이 큰 사람들부터 검토 대상이다.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다.
대선은 물론 한 달 뒤 치러진 지선에서도 이긴 승리 정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집권 초기 가장 강력하게 일을 추진해야 할 대통령 취임 100일을 집권 여당은 허송했다. 선거에서 이긴 당대표는 ‘내가 개고기를 팔았다’며 대통령을 직격했다. 줄잡아 수년 전 그가 청년일 때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 된 것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는 뒤늦게 문제를 삼았다. 그것까지만해도 괜찮았다. 당대표가 없으면 원내대표가 이를 대행하면 될 터다. 이번엔 대통령이 보낸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됐다. 돌연 당은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됐다. 아연하다.
대통령의 문자에 왜 원내대표가 사과를 하는 것인가. 당대표 대행인 탓에 사과까지 대행했나. 비대위 전환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사퇴를 선언한 ‘언데드 최고위원’들이 무덤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곤 당의 비대위 전환 버튼을 한 번씩 돌려가며 누른 뒤 다시 관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비대위원장 임명권한을 넓혀 잡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잇따라 개최됐다. 전국위의장도 처음엔 ‘반대’를 표하다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쿵쾅대던 비대위는 이번엔 법원에 가로막혔다.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다.
비대위원장직을 받아 챙겼던 인사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뜬금없이 판사가 ‘특정 모임 출신’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해당 판사가 소위 ‘좌파’여서 국민의힘에 불리한 판단을 내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련 판결을 내린 판사는 소위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은 이제는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모의했다. 법원이 ‘국민의힘은 비상상황이 아니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비상상황 요건을 넓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물러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고 규정을 바꿨다. 수십명의 의원이 손뼉을 쳤고, 안건은 의총서 추인됐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같은 일이 집권여당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실화다. 당 내에서 가장 두터운 책임을 진 인사는 ‘내가 대선 일등공신’이라고 했다. 사퇴 요구엔 ‘내가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들에게 무서운 것은 없다. 그들 손으로 세운 정부의 성공은 남의 일이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4년 총선이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전쟁터다. 그래서 욕먹어도 ‘고’다. 초선들은 재선을, 재선들은 삼선을, 삼선 이상은 상임위원장, 당대표·원내대표, 국회 의장·부의장이 목표다. 걸림돌은 제거한다. 협력자는 줄 세운다. 그렇게 오늘도 그들은 배지에 목을 멘다. 어느덧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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