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패범죄’에 포함

검찰 직접 수사 범위 넓어져

시행령으로 법안 무력화 논란 여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의 수사범위를 제한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다음달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법무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해 수사범위를 사실상 넓히기로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직권남용 등 주요 사건 수사가 지속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반발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개정안을 12일부터 2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에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짓기로 했다. 당초 직권남용은 9월 새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없는 혐의로 분류됐다.

또 선거범죄 중에서도 ‘매수 및 이해유도’나 ‘기부행위’는 금전을 매개로 선거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 역시 부패범죄로 포섭하기로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경우 사실상 뇌물과 범행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법무부의 논리다.

방위산업 기술 관련 범죄는 ‘경제범죄’로 보고 검찰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마약 유통과 관련된 범죄 역시 불법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경제범죄로 취급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이처럼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범위를 넓히는 것은 9월 시행되는 새법이 부당하게 형사절차를 무력화한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법무부는 “현 수사개시규정은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개념정의 없이 극히 일부 범죄로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복잡다기한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변경됨에 따라 복잡다기한 범죄를 포괄하지 못하고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령 개정에 대해선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청법이 ‘중요범죄’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어 이러한 개정이 문제가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