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이름 없는 징계사유서, 방어권 침해 아냐
성희롱 2차 피해 우려, 인적 사항 공개 신중해야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징계사유서에 없어도 가해자인 공무원을 징계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검찰주사보 A씨가 검찰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비위 관련 징계사유서에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없이도 구체적 내용과 피해자를 알 수 있다면,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징계처분 관련 서류에 피해자의 실명이 기재돼 있지 않지만, 징계 혐의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 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8년 2~3월 제주지검 재무팀 회식자리에서 “요즘 B수사관이 나를 좋아해 저렇게 꾸미고 오는 것”이라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2018년 8월에는 “C선배 옷 입은 것 봐라, 나에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2019년 4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A씨를 해임 징계 의결하고, 같은 해 5월 해임 처분 했다. 이에 A씨는 처분 혐의 사실 중 일부는 과장·왜곡됐거나,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만 강조된 것으로 징계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봤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징계권자의 재량이고, A씨의 해임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반면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아 피해자 등의 진술을 탄핵할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해 A씨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며 “A씨의 해임 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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