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사업자 ‘이현령 비현령’ 지위 해석
전운련, 경기도서만 노조 지위 인정받아
타지역도 노조인정 요구…대법원 판례 배치
레미콘 운반비 협상 과정에서 운송기사들의 지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원금 앞에서는 사업자가 되고, 파업 등 쟁의 권한 앞에서는 노동자가 되는 등 운송기사의 지위는 유리한 해석에 맞춰 매번 ‘변신’해 왔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들의 개인사업자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은 매년 제조사와 운송기사들 간 운반비 협상을 진행, 지역별로 운반비를 정한다. 올해 수도권 협상에서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하 운송노조)은 ▷회당 운송료 27% 인상 ▷요소수 100% 지급 ▷명절상여금 100만원 지급 ▷타임오프 수당 및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운련) 상조회장 수당 1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 중 상여금이나 타임오프수당 등은 운송노조에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하고 단체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일이어서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운송기사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레미콘 운송기사는 현행법상 개인사업자이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개인사업자지만 사용자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를 구분해 일컫는 말. 때문에 법원에서는 운송기사의 법적 지위를 두고 의견이 부딪힐 때에는 개별 사건별로 그 지위를 판단해 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기사는 개인사업자다. 2005년 대법원은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들은 레미콘 제조회사와 사용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근거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으며 ▷제조사로부터 받는 운임은 운반한 레미콘 양에 의해서만 산정되는 점 등이 적시됐다.
2008년 말에는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이 민주노총 측에 화물, 레미콘, 덤프트럭 운송기사 중 ‘노동관계법 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활동에 대해 시정조치를 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지입차주’는 노동자가 아니여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개인사업자 지위를 인정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다. 2016년부터 경기도에서 레미콘 운송기사로 일해온 A씨는 지난해부터 2차례에 걸쳐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총 300만원 수령했다. A씨 외에도 많은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재난지원금은 물론 방역지원금까지 받았다. 레미콘 운송기사들도 소상공인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일관된 입장에 균열이 간 것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에서 임의단체였던 전운련을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으로 인정한 것부터다. 운송노조는 ‘전운련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특고노조로 인정받아 단협으로 각종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운송노조의 인적 구성도 전운련 소속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레미콘 제조사들은 명분·실리 모두 따져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들이 모여서 노조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노동자 지위가 아닌데, 어떻게 노조라고 받아들이겠느냐”고 항변했다. 노조 지위를 인정받아 단협으로 협상을 진행하게 되면 중소 규모의 레미콘 제조사는 각종 수당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한편, 수도권 운송노조는 지난 28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의결했다. 여기에는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서울·인천지역 조합원도 참여했다. 쟁의권 등 노동 3권을 누릴 전제조건은 노동자 지위에 있는 자여야 가능하다. 현재까지 특고의 노조 지위는 경기도에서만 인정됐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