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 가능성 열어놨지만…기시다 “현안 해결 급선무” 온도차
日 7월 참의원 선거로 운신의 폭 좁아…박진 방일 시점 주목
“나토 정상회의 계기 약식·정식 회담 사이의 형식 만남 가능”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일본의 삼각협력과, 북한·중국·러시아를 한편으로 하는 대결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간 관계는 한미일 삼각협력의 마지막 고리로 꼽힌다. 이에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이 성사될지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미, 미일 정상이 만나면서 시선은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쏠린다. 현재까지 양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13일 외교가에서는 7월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에 정식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정상은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참석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구체적인 회담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미 지난 9일 같은 취지의 대답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의 기틀인 한미일 삼각협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한일 관계에 있다. 독도 등 영토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촉발된 경제 문제까지 양국 현안은 복잡하게 얽혔다. 윤 대통령이 대일정책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기조로 내세우면서 양국은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분 문제와 관련해 한일 국장급 화상회의가 열리는 등 실무급 단위에서 협의도 이뤄지고 있지만, 영토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내부적으로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예민한 시기인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간에 원만하게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일한(한일) 간 현안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노동자 문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에 따른 자산 매각 절차 등 사법 절차를 뜻한다.
한일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이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장관은 12~1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초청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한 직후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일 일정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현안 해결을 위한 실무급 협의가 설익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번 전화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적절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에 동시에 참석하는 만큼 약식회동(pull aside·풀어사이드) 형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형식이든 한일 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2019년 12월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 내에서 강제 징용자 배상판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라며 “7월 참의원 선거 전까지 일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은 약식과 정식회담 가운데 수준에서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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