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분양가에 조합원 사이 눈치 싸움

일반 분양가보다 높아진 곳은 ‘역차별’ 논란

주민·전문가 모두 “분양가 상한제 손봐야”

분양가 나오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 탓에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둔촌주공뿐만 아니라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 사이에서 분양가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조합원 분양가가 발표된 단지 사이에서는 “높아진 조합원 분양가 탓에 상한제가 적용된 일반분양과 비교해 오히려 손해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 단지 중 하나인 북아현2구역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조합원분양가를 공개하고 오는 7월까지 분양신청을 받는다. 구체적 평형과 3.3㎡당 평균단가, 예상 조합원 분양가액이 공개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실제로 조합이 공개한 북아현 2구역의 조합원 분양가를 살펴보면, 전용39㎡부터 144㎡까지 3.3㎡ 당 평균단가는 2150만원에서 253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전체 2320세대 중 인기가 가장 많은 전용 84㎡의 경우, 조합원 수보다 250세대가 적어 권리가액이 낮게 평가된 조합원들은 비교적 인기가 적은 전용 59㎡를 배정받아야 한다.

한 북아현2구역 조합원은 “조합에서 그나마 전용 59㎡의 조합원 분양가를 전용 84㎡보다 2억원 낮게 책정하는 등 고민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면서도 “우려했던 대로 전체적으로 예상 분양가가 많이 높아져 더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눈치 싸움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북아현동의 한 공인 대표는 “그나마 북아현 2구역은 예상 조합원 분양가가 낮아 눈치 싸움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업지는 분양을 미룬 탓에 사업비만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내 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일반 분양가 문제 탓에 사업이 멈춘 경우가 다수다. 강남구 대치우성1차는 전용 59㎡의 예상 조합원 분양가가 18억2000만원인데 일반분양가는 14억8000만원이다. 일반 분양이 오히려 조합원 분양보다 저렴해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일반 분양가를 더 높이려는 조합들의 움직임 탓에 이달 분양이 예정됐던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등 정비사업 단지들은 일제히 일반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이들 단지들은 모두 “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하기 전까지 사업비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분양 일정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행정부는 일찌감치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합리화해 주택 공급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분양가 상승 우려가 쏟아지자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세부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 분양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턱없이 낮은 금액에 분양이 이뤄진다. 오죽하면 ‘로또’라는 말이 나오겠느냐”라며 “그에 반해 사업 초기부터 고생했던 조합원들은 역차별 탓에 ‘이자를 계속 부담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가 고쳐진 뒤에 분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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