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원재료 비용 30조8725억원, 매출원가 비율 9.7%p↑
LG전자 원재료 비용 3조471억원, 매출원가 비율 4.2%p↑
파운드리 가격 인상, 프리미엄 제품 확대 등 돌파구 고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원재료의 경우 최대 40% 이상 가격이 올라 전체적인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도 높아졌다.
18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1분기 카메라모듈, 반도체웨이퍼 등 원재료 비용은 모두 30조8725억원으로 매출원가 47조721억원의 65.6% 수준이었다.
원재료 비용은 전년도 1분기 23조1943억원보다 7조6782억원 늘어났다. 생산 및 매출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이겠지만 매출원가(41조5000억원) 대비 비율을 보면 55.9%에서 9.7%포인트 상승해 실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퀄컴,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공급받고 있는데 1분기 가격이 지난해 평균 대비 41% 급등했다. 삼성전기, 파트론 등이 공급하는 카메라모듈도 가격이 전년대비 8% 뛰었다. SK실트론, 섬코 등에서 사들이는 반도체웨이퍼 가격도 4% 올랐으며 디스플레이 패널용 연성인쇄회로조립(FPCA) 가격도 비에이치, 애플 등이 19% 올려받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최초 멀티스텝EUV(극자외선) 공정이 본격 적용된 차세대 D램 양산 체계를 선제적으로갖추고, 7세대 V낸드 채용 SSD 등 선단 제품 라인업을 확보해 생산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공급하는 철강 가격은 20.4% 인상됐다. 철강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철판으로 사용된다. 가전제품 사출물로 쓰이는 레진은 LG화학이 공급하는데 가격이 16.3% 올랐다. 구리 가격도 36.4% 뛰었다. 리얼텍, 미디어텍 등에서 사들이는 TV부품용 반도체 가격은 42.8% 급등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주요 부품인 LCD패널(LG디스플레이)과 차량용반도체(NXP)는 각각 24.3%, 27.3% 올랐다.
1분기 원재료 총 매입액은 3조471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700억원보다 9771억원 늘었다. 매출원가 대비 총 매입액의 비율도 15.9%에서 20.1%로 4.2%포인트 상승해 원가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커졌다.
LG전자는 시장 여건과 관련해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미·중 갈등 등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하여 원자재 비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고 진단하며 “유연한 글로벌 생산지 운영을 통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수요 위축 등에 대해 경계하며 돌파구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 대응 외에도 설비투자 등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TV 등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전환)으로 장기적인 원가 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제품 차별화를 통해 질적 성장 및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제조 관점에서는 가전 생산기지인 창원 스마트파크가 국내 가전 업계 최초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는 등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