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최초 3㎚ 반도체 공정 선점, 2㎚ 공정으로 경쟁 확대
대만 IPEF 불참, 한미 기술동맹 더욱 공고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0.1㎚(1㎚=10억분의1m)를 줄이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K-반도체’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역내 경제 안보 플랫폼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만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기술동맹’에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세계최초 3㎚ 선보여, TSMC보다 양산 빨라=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세계 최초로 3㎚ 공정이 적용된 300㎜(12인치) 크기의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를 선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3㎚ 웨이퍼에 나란히 사인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3㎚ 웨이퍼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TSMC는 삼성전자보다 조금 늦은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2㎚ 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2025년 2㎚ 공정 양산 계획을 밝혔다. TSMC도 2025년 2㎚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3㎚ 선점에 위기의식을 느껴 1.4㎚ 공정 개발 계획을 먼저 밝히면서 2㎚ 이하 기술 경쟁에 불을 당겼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2027년 양산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도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2㎚ 개발과 양산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IBM은 지난해 2㎚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등 장비 업체가 IBM 등의 2㎚ 제품 양산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며 2024년 상반기 2㎚ 공정을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1.8㎚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기술동맹 강화, 대만 IPEF 불참 변수=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하면서 반도체 등 핵심 전략산업에서의 기술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테일러시에 지어질 반도체 공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반도체 법안을 통해 양국이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만들 수 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한 영어를 선보이기도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제외교도 빛을 발했다. 이 부회장은 환영인사에서 “미국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다음날 이어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반도체 등 핵심기술 보호와 민관협력, 주요 품목의 공급망 촉진을 위한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간 민관협력 강화는 TSMC의 상황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네트워킹 역량 등으로 가능한 지점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과 반도체 기술동맹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만이 IPEF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맹관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TSMC의 글로벌 시장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대만은 출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국과의 기술동맹에서 TSMC보다 가까워졌다. 이번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는 이 부회장과 함께 주요 고객사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대표도 참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대만은 지정학적 이슈가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우리나라보다 높고 정치적 리스크가 있어서 불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이 대만과 시스템반도체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은 우리와 동맹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며 동반자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