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화상회의서 경고장
EU엔 석유·가스 등 에너지 무기화
阿 등 최빈국엔 식량패권 행사 협박
제재 효과엔 “자력으로 극복” 자찬
나토 확장에 측근 ‘전면 핵전쟁’ 위협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서방이 부과 중인 자국 대상 각종 제재 조처를 ‘광란(狂亂)’으로 표현, “유럽연합(EU)과 그 국민은 필연적으로 되돌리기 힘든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미 기아 위험에 처한 세계 최빈국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유럽을 상대로는 원유·가스 등 에너지 무기화를 통한 보복을, 아프리카 등엔 식량 패권을 행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과 경제 관련 화상회의를 갖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글로벌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나머지 세계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서방 엘리트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두 달간 경제상황에 대한 여러 회의를 했다고 거론, “어려운 환경에서 이 일을 해왔다. 복잡한 세계 정세와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통해 가하는 압력을 말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위기는 주로 이런 제재가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걸(제재)를 구상한 사람들은 근시안적이고 과장된 정치적 야망과 러시아 공포증(루소포비아)으로 시작해 자신의 국익, 경제, 국민의 복지를 희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럽국가는 인플레이션이 연율로 20%에 육박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는 지난 몇 년간 책임있는 거시경제 정책과 경제주권, 기술·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결정으로 인해 외부 도전에 자신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파렴치한 파트너들이 나라를 떠난 뒤 우리의 회사가 비워진 국내 시장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며 “생활필수품, 산업·서비스 부문 장비, 건설·농업 기계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외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자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의 추정치를 인용, “올해 밀 8700만t을 포함해 1억3000만t의 곡물을 수확할 수 있다”며 “예상 수확량은 러시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글로벌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인플레이션이 점차 진정되고 있고, 루블화도 대외 무역 흑자 상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등 긍정적 지표를 줄줄이 설명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5월 9일) 행사를 최근 진행한 것과 관련, 당시 전쟁에서 승리한 건 최전방에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경제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했다.
총리도 역임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고, 러시아 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대리전’ 아닌 나토와 러시아간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런 종류의 갈등은 항상 본격적인 핵전쟁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나토 확장이 임박하면서 러시아의 말이 더 공격적으로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