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무죄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공동 호객행위”

종합병원 인근 약국들 공동도우미 고용

순번 정하고 손님…약사법 위반 혐의

1심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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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상급종합병원 인근에 위치한 이른바 ‘문전약국’이 공동도우미를 고용해 호객 행위를 한 것은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2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약사 A씨 등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정한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공동 호객행위’라는 판단이다.

또 기존부터 약국 간 호객행위로 분쟁이 지속되던 상황에서, 공동도우미로 호객행위를 벌인 것은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A씨 등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중 2017년 7월께 공동으로 고용한 안내도우미로부터 호객행위를 한 뒤 자신들이 정한 순번대로 손님을 받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우미 8명은 그해 9월 병원 후문에서 나오는 환자들 가운데 처방전을 받지 않은 이른바 비지정 환자들에게 접근해 편의 차량을 제공하고 “약국 지정하셨습니까, 약국 안내해 드릴까요?” 등 호객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러한 행위를 유죄로 보고 A씨 등 9명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해당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인 환자의 약국 선택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해선 안된다’는 구 약사법 시행령이 뒷받침됐다.

반면 2심은 약국 간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자정노력’으로 간주하고 A씨 등 전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도우미 고용 이전부터 직원들의 호객행위로 민원이 빈발하고 약국 간 분쟁이 빈발하던 상황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환자와 약국직원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되 환자들에 대한 약국 안내를 위해 환자유치에 이해관계가 없는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상급병원은 고가의 항암제,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진통제 등 취급하기 어려운 약품들이 많이 처방되는 만큼, 인근 약국에서 조제를 희망하는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들은 약을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근처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그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