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 약속어음·부도수표에 불과” 비판
“오체투지 행진, 출근길 지하철 시위 아냐” 강조
이준석에게 사과 요구…12일 2차 토론도 제안
오체투지 행진 과정에서 3호선 10분가량 지연
열차 내 행진으로 탑승객 불편 호소
“다른 교통수단 탔을 것” “시위방식, 옳지 않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시위를 중단한 지 11일 만에 열차 바닥을 기어 다니는 오체투지(五體投地) 방식의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특별운송수단 운영이 국가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전장연은 삭발식을 진행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대힌민국 정부는 장애인권리에 대해 약속어음을 발행했으나, 그것은 부도수표였다”며 “이 약속어음은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가지면서, 장애인 거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었으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 후보자의 답변은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권리 예산 보장과 장애인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중 단 한 가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약속어음 하나를 발행한 것 뿐”이라며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은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기재부의 법 제정 반대 입장에 대한 철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도 전장연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이 정치적 갈라치기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아울러 오는 12일 이 대표가 2차 토론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가짜 뉴스에 기반해서 탈시설 권리를 모독하는 등 공격을 멈춰주길 바란다”며 “토론에서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지하철 오체투지 행진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재부가 5월 중 내년 장애인 권리예산을 확정할 때까지 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유보하며 기다리겠다”며 “기어서 지하철 타는 시간으로 잠깐 지체 되더라도, 장애인이 길 수 있는 공간과 잠깐의 시간은 허락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회견을 마친 후 전장연은 서울 3호선 경복궁역에서 동대입구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오체투지에 참여한 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깡통에 줄을 이어 목에 건 채 지하철 바닥을 기었다.
이날 오전 9시께 경복궁역에 도착한 열차는 전장연 회원들이 탑승하는 시간으로 인해 오전 9시10분이 조금 지나서 출발했다. 해당 열차가 10분가량 지연 운행된 것이다. 이후 전장연 관계자들은 오전 9시20분께 동대입구역에 도착한 뒤 경복궁역행 열차에 다시 탑승, 오전 9시 55분께 도착했다.
같은 칸에 있었던 시민들과 전장연 회원들 간의 마찰은 없었지만 이 과정에서 열차 칸에 있던 시민이 옆 칸으로 이동해야 했다. 칸을 옮기지 않은 시민들도 열차 벽면에 붙은 채 행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같은 열차에 탑승한 직장인 박모(24·여) 씨는 “오늘도 늦었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박씨는 “오늘(3일) 전장연에서 시위를 할 것은 이미 뉴스로 확인했는데, 설마 내가 탄 열차에 탑승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른 교통수단을 탔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장인인 주모(34·여) 씨는 이날 지하철 시비를 예상해 평소보다 40분 정도 일찍 열차에 탑승했다고 했다. 주씨는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으로 인해 전장연에서 시위를 이어온 것에 공감되기도 했으나, 오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달라질 것 같다”며 “시위 방식이 온전히 옳다고는 볼 수 없는 듯 하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3월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예산 요구안을 전달한 후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까지 인수위의 답변을 촉구한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인수위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같은 달 21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후 전장연은 같은 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 예산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까지 5월 2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