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디지털포렌식으로 수정 내용 조사 중”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12개월 영아가 제주의 한 병원 치료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료기록이 지워진 정황이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관련 의료기록지가 여러 차례 수정된 정황이 확인돼 수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를 하다 상태가 악화해 이튿날인 11일 입원했고, 12일 숨졌다.

경찰은 전날 제주대병원 총무과 의무기록팀 등 관련 부서에 대해 7시간 30분 동안 압수수색을 벌이고 이 같은 내용의 피해자 진료와 관련한 기록 원본뿐 아니라 기록 수정·삭제 이력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후 8시 59분께 작성된 의료기록지에서는 당직 교수의 처방 내용이 삭제돼 있었다. 아울러 A양 사망한 뒤인 지난달 12일 오후 9시 13분께 작성된 의료기록지에는 의사 처방과 간호사 처치 등이 통째로 사라졌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전 의료기록지를 확보하고 사라진 처방과 처치 등을 확인했다.간호사는 환자를 다른 병실로 이동시킬 때 환자 상태를 공유하기 위해 의료기록지를 작성한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의료기록지를 작성할 때 전자서명은 필수다. 추후 수정을 해도 과거 기록이 남는다.

기사 자료사진. [망고보드]
기사 자료사진. [망고보드]

같은 날 오후 6시 58분께 앞서 작성된 의료기록지에는 환자가 오후 5시 45분부터 숨쉬기 가빠하며 울지 않고, 산소 포화도가 중간에 측정되지 않아 주치의와 담당 교수, 당직 교수를 불렀다고 적혀 있다.

이어 환자에 대한 조치로 코를 통해 산소 5ℓ를 줬지만, 산소포화도가 80대 후반으로 체크돼 추가로 산소 10ℓ 공급했더니 산소포화도가 100으로 체크됐다고 기록됐다.

끝으로 당직 교수가 오후 6시 처방에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주문했지만 확인해보니 정맥주사로 처리, 환자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모니터링 필요해 코로나 전담 병실로 보냈다고 적었다.

강귀봉 강력범죄수사대장은 "해당 의료기록지를 포함해 의료 기록과 관련한 전자 자료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디지털포렌식을 해봐야만 해당 의료기록지가 실제 수정된 날짜와 어떤 내용으로 수정됐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는 28일 오후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

제주대병원 측은 A양 치료 과정에서 담당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한 의료사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기록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는게 병원 측 입장이다.

당초 병원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간호사의 잘못된 약물투여는 A양 사망 당일(지난달 12일)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다시 확인한 결과 사망 전날인 지난달 11일에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기존 해명을 번복했다.

담당 간호사는 A양 상태가 나빠지자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간호사와 약물을 과다 투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수간호사에게 알렸다. 그러나 간호원장과 진료처장 등 제주대병원 집행부가 이 사실을 보고 받은 것은 사고 발생 나흘 뒤인 16일이다. 보고를 받은 수간호사가 해당 내용을 담당의 등에 알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