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양형 제각각, 보험료 산정 5배차

의사의 기분 상태에 따라 진단 바뀌기도

편향 오류와 달리 잡음은 보이지 않아

잡음 감사로 만연한 불공평 해소해야

“일련의 판단에서 편향을 없앤다고 모든 오류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편향이 제거된 뒤에 남아있는 오류는 공유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원치 않게 분산된 판단, 즉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의 측정 도구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잡음이다.”(‘노이즈’에서)
“일련의 판단에서 편향을 없앤다고 모든 오류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편향이 제거된 뒤에 남아있는 오류는 공유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원치 않게 분산된 판단, 즉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의 측정 도구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잡음이다.”(‘노이즈’에서)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경제학의 토대를 뿌리째 흔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인간이 판단하고 결정할 때 고정관념과 사고 편향 등으로 얼마나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지 수많은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밝혀왔다.

우리에겐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잘 알려진 카너먼이 10년 만에 신간 ‘노이즈(NOISE)’로 돌아왔다.

‘넛지’로 유명한 정책전문가이자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 전략적 의사결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올리비에 스브니 등이 함께 머리를 맛댄 ‘노이즈’는 편향과 함께 판단 오류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인 생각의 잡음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보고서다.

저자는 우리가 판단시 저지르는 오류를 두 가지로 든다. 편향과 잡음이다. 편향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한쪽으로 쏠림을 보이는 ‘체계적 이탈’을 보이는 반면, 잡음은 문제의 핵심을 놓고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는 ‘임의적 분산형태’를 보인다. 사격을 예로 든다면, 편향은 과녁의 한쪽에 일관된 쏠림현상을, 잡음은 과녁의 바깥 이곳 저곳을 쏜 것과 같다.

저자는 사람들이 하는 결정들에서 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잡음과 편향이 자주 관찰된다고 지적한다.

가령 입사 면접에서 지원자의 외모는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외모가 직무와 무관한 데도 면접관 다수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면, 그 지원자는 ‘후광 효과’라는 편향의 덕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지원자의 외모가 면접관들의 초점을 직무의 핵심에서 일제히 벗어나게 한 것이다.

또한 같은 지원자 두 명을 본 면접관 두 명에게 어느 지원자가 업무 능력이 우수한지 물어볼 경우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은 25퍼센트다. 지원자에게 합격점을 주더라도 면접관 마다 점수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면접관들은 같은 지원자에게 저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다른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특히 전문적인 영역에서 나타나는 제도 잡음에 주목하는데, 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우선 형사사법제도의 경우, 충격적인 잡음 수준이 존재한다. 1981년 미 연방 판사 208명이 참여한 16개의 가상사건에 대한 양형결과에 따르면, 16개 사건 가운데 겨우 세 사건에서만 만장일치로 징역이 구형됐다. 심지어 판사 대부분이 징역형이 적절하다고 동의한 사건에서는 수감 기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사기 사건에 구형된 평균 징역 기간은 8.5년이었고, 최대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 자산관리회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영자는 경험 있는 투자자 42명에게 어느 주식의 적정 가치를 평가해줄 것을 주문했다. 투자자들은 요약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지난 3년간 현금흐름표, 향후 2년간 전망치 등이 포함된 기업 소개를 보면서 주식을 분석했고, 그 결과 잡음의 중간값은 41퍼센트였다. 동일한 가치평가 방법을 이용했음에도 차이 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판단의 편차가 클수록 의견 일치가 늦어지거나 어려워진다.

보험료 산정은 잡음의 정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여러 보험심사역의 산정액 편차를 10퍼센트로 봤다. 가령 두 명의 보험심사역 중 한 명이 보험료를 9500달러로, 나머지 한 명은 1만500달러로 산정할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보험회사가 충분히 감당할 수준의 차이이지만 실제로 이뤄진 다수의 견적서를 심사한 결과, 차이의 중간값은 55퍼센트로 예상보다 5 배나 높았다.

일관성 없는 제도는 신뢰를 잃고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도 잡음은 피하기 어렵다.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진료실에서 마주한 그 의사가 판단을 내리는 순간,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잡음에 취약할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편향이 쇼의 주인공이라면, 잡음은 통상 관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역 배우”라고 설명한다. 어떤 결정이 왜 틀렸는지 설명할 때 편향은 쉽게 발견된다. 가령 어떤 프로젝트에 걸릴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잡는 심리적 편향을 ‘계획오류’라고 한다. 이는 오류를 발견하고 고치면 된다. 그러나 잡음은 인과적으로 찾기 어렵다. 통계적 시각으로 봐야 보인다.

잡음을 줄이는 대안으로 저자는 잡음 감사와 알고리즘을 제안한다. 알고리즘은 잡음을 제거하는 주요 도구로, 알고리즘의 주요 강점은 우월한 통찰력이 아니라 무잡음에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으로 잡음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사람들이 자신을 한낱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받는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잡음은 용납될 수 없다며, 잡음 감사를 실시해 진지하게 잡음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여러 조직에 만연한 불공평이 해소되고 잡음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은 근무평정, 채용시스템, 아이디어 회의, 음악 다운로드 등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잡음의 존재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알려주며 잡음을 줄이는 법 등을 소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노이즈/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김영사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