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은 최근 두 차례 기자실에 내려와 간담회를 자청했다. 지난 13일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25일에는 여·야가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하는 내역에 동조하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었다.
김 총장은 첫 번째 사의를 표명한 직후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 만남 이후 김 총장이 내놓은 말은 순화되기 시작했다. “수사지휘를 부활하고 수사권 없애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19일)”거나 “여론이 원하는 권력수사는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22일)”는 발언이 나왔다.
김 총장은 정작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기자들의 면담 요구에 불응하며 대치한 일이 있다. 대검 대변인 공용 전화기가 공수처로 넘어간 경위를 설명하라는 것이었지만, 김 총장은 “공무방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현장에서 답변을 거부했다.
김 총장을 처음 본 것은 2014년, 서울고검 형사부장이었을 때였다. 당시 김 총장은 검사가 불기소 결정문을 잘 쓰면 인사고과에 좋은 점수를 주는 제도를 운용했다. 결론이 맞아도 충분한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면 낮은 점수를 주고, 반대로 결론이 잘못됐더라도 사건 당사자가 납득할 결정문을 썼다면 좋은 점수를 주는 내용이었다. 불기소 결정문을 매개로 검찰이 사건 당사자와 소통하고, 신뢰를 얻자는 거였다.
하지만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2019년 검사와 언론 접촉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그동안 ‘윤석열 검찰’에 보냈던 무한한 신뢰를 거둬들일 때였다. 기자들이 항의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은 ‘대통령께 보고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재직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별도의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가 한창이던 때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과 김오수 차관을 불러들여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검사의 언론 접촉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이번 검찰 수사권 박탈 국면에선 여권과 소통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스스로 기자실에 내려와 해명했다. 이번 사안은 그동안 검찰 특수부 일부 검사들이 주축이 됐던 항명 사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던 형사부 검사들이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찰에 수사를 일임하면서도 검찰의 통제장치는 회수해버리는 문제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렇게 중요한 제도 변화를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이번주에 처리하려고 한다. 아직 조문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법안을 당장 며칠 내에 처리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이가 없다.
김 총장은 대통령을 만나 무슨 얘기를 들었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면담할 때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알 길이 없다.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발해 현실정치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 현안에 대해 직접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민피해, 형사사법절차 파괴를 외쳤던 국민의힘은 뜬금없이 여당의 수사권 박탈 법안에 합의하고도 제대로 된 경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다는데, 정작 국민이 아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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