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부부 재판부에 ‘尹비판 요구’ 후폭풍
‘입장표명 부적절’ 의견 다수에도
민중기 전 법원장이 판사회의 소집
이후 김병수 판사가 다시 권유
대검 감찰부 회의 이틀전 압수수색
김미리 부장판사 유일하게 찬성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이 형사합의부장들을 상대로 ‘윤석열 비판’을 요구했던 자리에서 형사수석 부장판사가 대검 감찰부 포렌식을 언급하며 ‘추가 사찰 문건이 더 나온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자리에선 법원장과 수석부장 외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유임인사를 한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일하게 입장표명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앞서 헤럴드경제는 김명수 대법원장 측근인 민중기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조국·정경심 재판부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비판의견을 낼 것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 보도했다. ▶본지 4일자 2면 참조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11월 27일 민 전 원장은 김병수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 외에 형사 합의부장 7명을 소집했다. 민 전 원장은 “전화가 많이 온다”며 회의를 시작했지만, 누가 문제제기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담당했던 윤종섭 부장판사는 재판일정 때문에 나중에 합류해 모인 부장판사는 총 8명이었다.
민 전 원장은 이 자리에 대해 단순히 의견을 들어보는 성격이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참석자들 대다수가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는 데 반대했는데도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특히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룬 상황에서 민 전 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뒤 김병수 형사수석은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을 언급하며 추가 사찰 문건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형사수석은 영장전담 판사 업무도 관장한다. 하지만 수사 상황을 외부에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 영장 정보를 유출한 책임을 물어 1~3심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여 판사들을 징계했다. 사법행정 업무에 밝은 한 현직 법원장급 인사는 “그런 모임은 법원장과 수석부장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열릴 수 없다”며 “법원장이 잘못된 판단을 할 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게 오히려 수석부장의 역할인데, 압수수색 상황까지 외부에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 모임 이틀 전인 25일 추가 사찰 문건을 찾기 위해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자료를 분석 중이었다. 추미애 당시 법무무장관은 윤 전 총장 비위를 6가지 나열했지만, 법원은 나머지 부분은 모두 기각하고 판사 사찰 한가지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최종적으론 대검 감찰부 포렌식 결과에서 김 형사수석이 언급한대로 실제 추가 문건이 나오진 않았다.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를 발표한 11월 24일 당일, 대검 감찰부는 장관 발표 2시간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이튿날 집행했다. 당시 장관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미리 의사연락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적용 혐의가 직권남용일텐데, 두시간만에 영장을 만들어 발부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장과 수석부장을 제외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례적인 유임인사로 논란을 빚었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참석자 중 유일하게 윤 전 총장에 대한 의견을 내자고 주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참석자들 다수는 김미리 부장판사가 찬성 의견을 낸 데 의아했다고 한다. 김미리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사찰 문건’으로 지목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동향보고서에 긍정적인 내용만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유임인사를 하며 서울중앙지법에 4년을 재직했다. 김 부장판사는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준비 기일만 1~5개월 간격으로 6차례 열었고, 재판은 1년 반이나 공전했다.
재판일정 때문에 정경심 전 교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25부 소속 부장판사 3명이 빠진 뒤에도 모임은 계속됐다. 회의를 끝까지 지켜본 한 참석자는 “결론을 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였던 김병수 광주지법 순천지원장은 1차례 전화통화와 3차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판사들을 상대로 어떤 의견을 개진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에서 간단히 모여 가지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어보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하라고 지시했다거나 요청했다는 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의견을 듣는 자리였기 때문에 제가 찬성하거나 반대했다는 내용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에 관해 언급한 취지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 부분은 구체적인 기억이 없다”고만 답했다. 좌영길·안대용·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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