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3일 오후 4시 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공원 앞 사거리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어서면 성인 남성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중형견 '하운드' 4마리가 A(49)씨 품에 있는 소형견 푸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의 비명이었다.
목격자의 증언과 촬영 영상에 따르면 어디선가 날렵하게 생긴 하운드 4마리가 나타나 인근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온 A씨와 그의 개를 갑작스레 공격하기 시작했다.
A씨는 반려견을 품에 안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4마리의 하운드는 끈질기게 그의 뒤를 쫓아왔다.
하운드에게 앞뒤로 포위당한 A씨는 개들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저지해보지만 4마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A씨의 품에 있던 반려견을 낚아챈 하운드는 작은 강아지를 매섭게 공격했고,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렸다.
손가락과 손목을 물리면서 겨우 자신의 반려견을 빼낸 A씨는 주변에 있던 사람의 도움으로 동물병원으로 갔지만 결국 반려견은 숨을 거뒀다.
하운드 견주 B(53)씨는 5마리를 한꺼번에 산책시키려 데리고 나왔고, 목줄을 채우는 과정에서 개들이 뛰쳐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씨의 개들은 모두 입마개를 하고 있지 않았다. 하운드의 경우 동물보호법상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5대 맹견에 속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의 개만 맹견으로 분류돼 입마개를 의무 착용해야 하지만 그 외 견종은 의무착용 대상이 아니다.
경찰은 B씨를 과실치상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한 목격자는 "중·대형견들이 입마개를 하지 않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근처에 초·중학교와 아파트가 모여있는 곳이어서 불안했는데 결국 사고가 터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맹견이 아닌 견종의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맹견종 이외의 견종에도 입마개 착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조경 겸임교수는 4일 "견종만으로 개의 공격성을 구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른 개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크기와 힘을 가진 개라면 견주가 반드시 입마개를 채우도록 하고 사고 책임도 엄격하게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