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역대 최초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시상이 그래미 어워즈 말미까지 이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후보로 오른 부문이다. 일각에선 그래미 어워즈가 홍보 효과와 시청자 확보를 위해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방탄소년단의 시상을 늦췄다고 꼬집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4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콜드플레이, 도자 캣·SZA,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가 후보로 올라 경합을 벌였다. 수상의 영예는 도자 캣·SZA에게 돌아갔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는 아미(방탄소년단 팬)는 물론 K팝 팬과 업계 관계자들에겐 숨막히는 시간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본시상식이 진행되기 전 사전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건넸다. 그래미는 올해에는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이름을 올린 만큼 다양한 흥행 요소를 고려해 시상을 늦췄다. 오랜 세월 ‘그래미 어워즈’를 진행해온 배철수조차 “20년 정도 시상식을 진행하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시상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할 정도로 시상에 시간을 끌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시상식인 만큼 ‘그래미’ 입장에선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흥행 노림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에 시작해 세 시간 가량 이어진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총 세 번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이 역시 제작진의 계산된 등장 효과로 보여진다.
방탄소년단은 먼저 네 번째 퍼포머로 등장해 ‘버터’ 무대를 꾸몄다. 영화 ‘007’ 속 첩보요원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틱한 무대였다. 미국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정국은 격리 해제를 받고 서는 첫 무대에서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왔고, 멤버들은 무대 위와 객석에서 나눠 등장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길고 긴 시상식에 지칠 때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의 진행을 맡은 트레버 노아(Trevor Noah)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레버 노아가 멤버들에게 “오늘 기분 어떠냐”고 묻자 정국은 “그레이트”라고 말했다. 리더 RM에겐 뛰어난 영어실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영어를 ‘프렌즈(Friends)’를 보고 배웠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RM은 “그렇다. ‘프렌즈(Friends)는 나의 ‘잉글리시 프렌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트레버 노아는 자신도 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하겠다며 ‘오징어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후보로 오른 부문 시상 당시 한 번 더 이름이 크게 불렸다. 물론 그 이전 저스틴 비버의 무대 중 멤버들의 즐기는 모습이 클로즈업돼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의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방탄소년단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시청자들 역시 TV 앞을 오랜 시간 떠나지 못하고 집중하게 한 효과도 크다. 그래미가 이 점을 노렸다면, 이번 시상식은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다만 긴 기다림 끝에 수상 불발에 그치자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미 어워즈가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방탄소년단을 시상식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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