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연구진, 6cm 거리 8mW 전력충전 성공
- 마찰발전 이용, 초음파 무선 에너지 전송 효율↑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인공 심박동기, 제세동기와 같은 인체삽입형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환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인체삽입형 전자기기의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절개수술이 필요하며 이 과정 중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부에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자재료연구센터 송현철 박사 연구팀이 초음파 무선 전력전송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표적인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는 전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명 방식이 있다. 전자기유도 방식은 이미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등에서 쓰이는 기술이지만 물이나 금속과 같은 전도체는 통과하지 못하고, 충전거리도 매우 짧다. 또한 충전 중 발열 문제로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자기공명 방식은 자기장 발생 장치와 송신장치의 공진주파수가 정확하게 일치해야만 하므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통신 주파수와 간섭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연구진은 전자기파나 자기장 대신 초음파를 에너지 전송매체로 채택했다. 이미 바다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소나 장비가 보편화돼있으며, 의료계에서는 장기 또는 태아 상태를 진단할 때 초음파를 흔히 쓸 정도로 인체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됐다. 하지만 기존 초음파를 이용한 에너지 전송기술은 에너지 효율이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매우 작은 기계적 진동도 전기에너지로 변환이 가능한 마찰발전 원리를 이용해 초음파를 수신하고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소자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마찰 발전기에 강유전물질을 추가함으로써 채 1%도 되지 않던 기존 초음파 에너지 전송효율을 4% 이상으로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6cm 떨어진 거리에서 8mW 이상의 전력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0개의 LED를 동시에 키거나 혹은 물속에서 블루투스 센서를 작동시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정도의 수치다.
송현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초음파를 통한 무선 전력 충전으로 전자기기 구동이 가능함을 보였기에, 앞으로 소자의 안정성과 효율을 더 개선한다면 배터리 교체가 번거로운 체내 이식형 센서 또는 심해저 센서에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하는 기술로의 적용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 환경과학’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