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Eco, 환경에 진심인 MZ세대
생활 속 캠페인 넘어 우울증·출산파업까지
기성세대 반성 없다면 세대갈등化
엠제코(MZ + Eco) 시대 [헤럴드경제 = 김상수·최준선 기자]‘엠제코(MZ+Eco)’가 뜨고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을 삶의 주요한 가치관으로 삼는 MZ세대를 일컫는다. 플로깅, 용기(容器)내 챌린지, 제로웨이스트 등 각종 환경 캠페인을 주도하는 건 MZ세대다. 캠페인만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집회나 청원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치열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일자리나 부동산처럼 환경 문제 역시 세대갈등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기특하다거나 유난스럽다는 등 기성세대의 ‘제 3자’ 식 화법에 엠제코는 분노한다. 기후위기, 환경오염의 주범이 바로 기성세대인 탓이다. 엠제코 세대가 사회에 요구하는 건 지원이나 격려가 아니다. 주범인 기성세대의 책임 있는 반성과 대책이다.
이미 각종 통계나 연구 결과가 엠제코의 영향력을 방증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다회용기 등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주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가입자 8만7429명 중 5만2589명이 MZ세대다. 아모레퍼시픽은 새 제품 구매 대신 기존 빈 통에 화장품을 리필하는 리필스테이션을 운영 중인데, 2020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리필스테이션 이용 고객 중 MZ세대 비중이 65.3%에 이른다. 엠브레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이 ‘환경을 생각해 대체육으로 식탁문화에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는 “방문객 중 20~30대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우울증·저출산까지 여파, MZ는 진심이다
국내보다 기후위기에 먼저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기후 우울증’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심리학회는 지난 2017년에 이미 기후위기로 만성적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기후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이들 연구는 기후 우울증이 특히 MZ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빙하 유실, 기후변화, 온난화, 생태계 파괴, 미세먼지, 코로나 사태까지 거대한 재앙을 어린 시절부터 직접 겪어온 세대다. 유년시절 전쟁을 겪은 전후세대가 일평생 그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듯 MZ세대는 유년기부터 기후위기를 삶의 위기로 체감하고 있다.
저출산에 여파를 끼친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에선 이미 기후위기 극복 대책이 없는 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출산파업 등의 강도 높은 운동도 벌어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기후위기 두려움으로 출산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으며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은 우울증이나 출산거부의 이유가 될 만큼 엠제코의 삶에서 중요해졌다.
왜 엠제코인가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엠제코의 등장 배경을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 ▷환경 교육 저변 확대 ▷글로벌 정보 취득 등으로 꼽았다. 기후위기가 닥친 미래를 가장 오래 살아야 할 당사자이고, 기성세대에 비해 에너지나 환경 분야에 대한 교육이 늘었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환경 문제를 빠르게 접하면서 기후위기가 실재한다는 걸 빨리 체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MZ세대 외에 더 많은 세대가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개발도상국이면서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산업화 주역으로 앞만 보며 달린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개인주의적이면서 생태적인 사고를 겸비하고 있다”며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외부 시스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후나 환경에 대한 민감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저서 ‘탄소 사회의 종말’에서 기성세대의 의무를 강조하며 이를 ‘세대 간 형평성’이라 진단했다. 조 교수는 “과거 및 현재 세대가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자원을 남용하고 온실가스를 과다 배출한 결과로 미래 새대의 권리가 박탈당했다”며 “기후위기에선 미래세대 인권을 위한 현재 세대의 의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이게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