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비비로 이전 초법적 발상”

법조계 “현정부 승인 안하면 그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여권에서 집무실 이전의 위법성을 주장하지만 실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 측이 요청한 예비비는 496억원대에 달한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었던 지출 소요가 생겼을 때 사용하도록 마련해 둔 일종의 정부 비상금이다. 국가재정법상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리하는데, 이 돈이 필요할 경우 각 중앙관서장이 명세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기재부가 심사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사용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밝힌 뒤 여권에서는 위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법률에도 대통령 당선인이 예비비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윤 당선인은 예비비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전에 예비비를 사용하려면 현 정부 내에서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승인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비 지출과 관련한 법적 문제는 벌어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행정사건 전문가인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현 정부에서 승인하지 않는 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자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에서 해당 예비비를 승인하면 그 자체로 합법이고, 승인하지 않으면 어차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윤 당선인이 현 국방부 청사 사용을 위해 공간을 비우도록 요구하는 것이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윤 당선인에게 남용할 수 있는 직무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적용되기 어려워 보인다. 법원은 일단 기본적으로 문제된 행위가 해당 공직자의 직무권한 범위에 있어야 직권남용죄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다스 해외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해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은 사례가 있다.

헌법재판소에 해결을 구하는 권한쟁의 심판의 경우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정리된 결정이 없다. 대통령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국회 등 정부 외 국가기관과 권한 다툼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헌재는 정부 내부 기관 사이에 권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국무회의 조정이나 대통령에 의해 자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권한쟁의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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