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충돌 근원적 배경은
文대통령 “다른 사람 말 듣지말고…”
尹당선인 회동 수용여부에 시선집중
감사·선관위원 등 인사권 갈등 고조
‘강대강’ 대립에 文·尹 회동은 불확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이후 후 양측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늦어지는 이유가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의 갈등이 감정싸움과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회동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감사원 감사위원 2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1명에 대한 인선을 둘러싼 마찰도 예상된다. 배경에는 6·1 지방선거와 청와대 감사결과 발표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4일 윤 당선인을 겨냥 “당선인 회동에, 협상·조건 필요 하다는 얘기 듣지 못했다”면서 “다른사람 말 듣지 말고 회동 직접 판단하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이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직접 청와대를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 ‘천막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선인은 명의 이전하고 명도만 남은 상태인데 법률적 권한, 소유권이 매도인에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밝혔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게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이제 다음 정부에 좀 넘겨주고 가야할 것을”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역시 윤 당선인 측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협의하겠다고 선의로 배려했다”며 “그런데 당선인 측은 본인들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전날 문 대통령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을 통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발표하자 크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변인실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협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며 다 공개하겠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윤 당선인 측도 이 같은 언급이 알려지자 “다 공개하라”고 맞섰다.
전날 양측이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지난 16일 예정이었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도, 회동 날짜가 무한정 늦어지는 것도 모두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위원 인사 문제가 양측의 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의사결정기구로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이다. 두 사람의 임명권한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측은 감사위원을 각각 1명씩 추천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당선자 쪽은 원하지 않은 인사에 대한 반대권 역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5명의 현직) 감사위원들 가운데 3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성향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 지명한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검찰개혁 저서를 함께 쓴 김인회 위원,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시절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임찬우 위원 등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감사원 내부 인사인 유희상 위원, 검사 출신인 조은석 감사위원이다.
윤 당선인 측의 설명에 따르면 감사위원 두 자리 중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1명이 임명되면 7인의 감사위원 가운데 4명 이상이 ‘친여 성향’으로 돼 과반이 넘게 된다.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감사위원 7인의 인적 구성을 4대 3으로 만들고 나가면 어떤 감사가 진행될 수 있나. 이 정권에서 하는 모든 일의 방점이 여기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감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감사원이 지난 2월 11일부터 3월 11일까지 감사를 진행한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감사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통상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감사결과는 빠르면 두 달, 늦으면 6개월 안에 나온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전에도 감사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기자들과 만난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이렇게 까지 갈등을 부추기면서까지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하려고 하는지, 뭐가 두려운가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감사위원 뿐만 아니라 공석인 선관위 상임위원 인선도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해주 전 선관위원이 지난 1월 임기 문제로 논란을 빚다 사퇴한 이후 청와대가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도 곧이어 후보자직에서 사퇴해 선관위원 두 자리가 현재 공석이다. 현재 양측은 대통령이 임명한 조해주 위원의 후임 인선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중 플래카드 문구도 선관위원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난다”며 “양측의 갈등은 모두 지방선거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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