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시선집 '최영미의 어떤 시, 안녕 내 사랑' 출간 간담회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미 시인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시선집 '최영미의 어떤 시, 안녕 내 사랑' 출간 간담회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를 읽으면 통찰력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생깁니다. 또한 시에는 시간과 고통을 견디는 힘이 있어요.”

최영미 시인이 고전시부터 현대시까지 젊은 세대가 읽었으면 하는 시 50편을 골라 해설한 시선집 ‘최영미의 어떤 시, 안녕 내 사랑’을 냈다.

최 시인은 21일 오후 동교동 한 카페에서 시집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코로나 시국에 수많은 시를 읽어내며 시의 치유력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충분히 알지 못했던 중국 시와 최치원, 김시습 등 당대 뛰어난 문장가였지만 시대와 불화했던 옛 문장가들의 시를 만나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고 털어놨다.

최 시인은 시를 고를 때 “어려워도 고전적인 시를 꼽으려고 했다. 소동파 시 한 편을 고르기 위해 소동파 시 전체를 읽었고, 시경 전편을 읽고 한 편을 골라냈다”며, “특히 당나라 문인도 질투할 만큼 뛰어난 최치원의 간결하고 고아한 문장을 보여주는 ‘계원필경’ 서문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그가 고른 시들은 놀라운 재능에도 중앙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변방을 떠돌거나 은거해야 했던 문장가들의 글이 많다.

“소동파, 최치원, 김시습 등 그런 분들의 불우한 시들이 좋아 소개하려 했다. 이들은 원칙주의자이며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며, “그런 운명은 반복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치원의 ‘붓으로 먹고 살았다’, 김시습의 말년의 시 ‘왜 일찍 깨달을 수 없었을까’, 소동파가 한줄로 삶을 정리한 ‘황주해주담주’와 같은 문장은 그의 가슴을 쳤다.

시집은 길가메시부터 소동파, 사포, 최치원과 셰익스피어, 예이츠, 김수영과 김명순, 허영자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했다. 시집의 1부 끝에는 중국 시문학의 시작인 시경과 굴원의 초사, 이백과 두보, 도연명과 소동파의 시들을 배치해 시대 순으로 중국의 시가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2부에선 허난설헌-김명순-나혜석, 허영자-천양희-문정희로 이어지는 여성시를 연이어 배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시집 제목 ‘안녕, 내 사랑’’은 이탈리아 파르티잔의 노래, ‘벨라 차오’에서 따왔다. 싸우러 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는 노래는 흔히 압제에 항거하는 노래로 불린다. 최 시인은 여기에 더해 오랫동안 자신과 한 몸이었던 시를 떠나보내는 ‘안녕 내사랑 시’‘굿바이 시’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주는 마지막 시집이에요.”

최 시인은 ‘미투’ 이후 시 원고청탁이 끊겼다며, “시인으로서 위기감이 왔다. ‘3월’이란 시를 썼는데 발표할 데가 없어서 ‘공항철도’란 시집을 냈다. 고립감이 심화되고 매장당한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최 시인은 코로나 이후 1인 출판은 5분의1로 책 주문이 줄었다며, 이번 시집은 2쇄를 찍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요즘, 그는 우크라이나에 빠져 있다. 러시아가 침공한 이틀 뒤,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페이스북에 응원과 조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우크라이나에 가 “화염병이라도 던지고 싶다”고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