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할 때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하느냐 아니냐의 결과의 차이는 극명하다. 목적은 자신을 뛰어나게 하는 힘이고 열정을 솟구치게 만드는 달콤한 채찍이 된다.

제품의 핵심 기술경쟁력은 소재·부품의 질에 의해 결정되며, 완제품 조립과 생산능력이 세계 평준화되면서 산업경쟁력의 패러다임 또한 소재·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은 제조업 가치사슬의 출발점이자 제품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기에 미래는 소부장의 자립화 원천 연구가 해답이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필수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에 나선 이래 우리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 소부장2.0 전략 등을 수립해 공급망의 안정과 국제가치사슬(GVC) 재편에 나선 바 있다. 신속한 기술개발 지원과 기업의 대체소재 투입 등 국내 생산을 빠르게 확충해 안정 수급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이를 통해 소부장산업의 경쟁력을 키우 것도 중요하지만 국산화·자립화를 통해 만든 제품이 해외의 수요기업과 연계해 판매를 확대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만든 소재·부품을 통한 제품이 얼마나 보편화·대중화될 힘이 있느냐에 우리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발등의 불을 끄는 시급성과 공급안정성에 입각해 그때마다 두루뭉술한 소부장 대응책 제시에 급급했다. 이제 이를 벗어나 목적형 소부장에 집중할 때다. 최근 소형 모듈원자로(SMR)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이의 ‘설계와 시스템’에만 초점을 맞춰 거기에 들어가는 도전재, 전력관, 밸브 등이 모두 수입되고 있는 사실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수소도 이와 비슷해 대부분 수소의 ‘생산·이송·저장 시스템’에만 집중할 뿐, 극저온 소재, 압력용기 및 초저온 밸브 등 다양한 소재·부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는 풍력산업·우주발사체·국방 분야 등도 마찬가지여서 핵심 소재·부품 위주의 소부장을 늦지 않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다가올 시대적 요구에 따른 원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즉 더 근본적인 소재·부품 중심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료연은 소부장 대표 연구기관으로 이처럼 목적지향형 소부장을 추진하고자 한다. 진해 여좌지구에 조성 중인 첨단소재 실증연구단지가 그리는 미래도 이와 같은 방향이다. 일본이 소부장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바루 망원경, 남극탐험대, 우주개발과 같은, 남들이 미처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극한’이라는 키워드를 사전에 인지하고 이에 꾸준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서다. 재료연이 목표로 하는 첨단소재 실증연구단지는 소재의 시험평가부터 품질인증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고, 이의 실증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소재기술의 진정한 자립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소, 소형 모듈원자로, 풍력 등 다양한 연구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목적, 즉 소재·부품이 중심이 되는 목적형 소부장 전략이 존재할 때 이들이 비로소 성과로 나타나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국민 모두가 모두 목적형 소부장 집중화에 눈을 떠야 할 때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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