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대상 편입 기업 총 694곳

문구 추상적…법적용 확대 우려

민간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노동이사제, 과도한 경영간섭 논란의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사고 한번으로 경영책임자가 입건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연초부터 기업들의 규제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해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망까지 더 촘촘해지면서 기업들의 ‘살얼음 경영’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편입된 기업수(1월 현재)는 총 694개로 집계됐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인 회사 270곳과 이들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424곳이다.

그룹별로 보면 GS·효성이 각각 계열사 서른 다섯곳씩이 규제 대상에 포함돼 가장 많았다. GS는 GS건설, ㈜GS 등이 총수 지분 20% 이상 기준에 적용됐고 GS리테일, GS글로벌 등은 50% 초과 지분 자회사로 들어갔다. 효성의 경우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등이 총수 지분 20% 이상에 포함됐으며 효성하이드로젠, 효성에프엠에스 등이 50% 초과 지분으로 규제 대상으로 분류됐다.

다음으로는 하림(22개), 신세계·유진(각 21개) 등의 순이었다. 국내기업 중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SK도 20곳의 자회사가 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건설사 중에서는 대방건설이 47개로 가장 많았고, 전체 통틀어서도 최다를 기록했다.

삼성그룹의 적용 계열사는 5개(삼성물산, 삼성웰스토리 등)로 집계됐다. 당초 삼성생명은 대상 기업이었지만 작년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뿐 아니라 삼성생명이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도 자동 제외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7개의 자회사(현대커머셜, 현대첨단소재 등)가 규제망에 들어와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여기에 포함됐지만 정의선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일부를 칼라일 그룹에 매각하면서 대상에 빠지게 됐다.

작년말 시행된 새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확대됐다. 원래는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기준이 30%였고, 비상장사는 20%였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사익편취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매출이 없는 경우라도 최대 40억원의 과징금 처벌이 이뤄진다.

공정거래법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특수관계인과 현금이나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사익편취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상당한’, ‘정상적’, ‘합리적’ 등의 조문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법 적용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아예 계열사간 거래를 못하거나 지분을 일거에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며 “내부간 거래가 묶일 경우 수직 계열화를 통한 비용 절감 및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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