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갯벌 질주,일을 축제로 만든 어르신
세계 감동, 오지는 K창의력, 도지는 효심
경운기엔 경광등 달고 작업가방 늘 걸려
물 빠진 때 신속히 작업, 독살 체험장도
백령도의 보호종 물범, 이곳에서도 휴식
웅도 ‘모세의 찻길’ 이채, 어촌체험 인기
벌천포는 소금생산지, 충남 거부도 배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시작은 미비, But it's #take One/ 발자국 찍어 여기가 갯벌, 제대로 달려 I'm a mudda boy/ 진흙투성이의 걸음 끝엔 푸른 바다, 드넓게 더 펼쳐져 버린 네 비전/ 막막하고 답답한 걱정, 잠깐 옆에다가 그냥 던져/ 지금 만큼은 축제다”
2030세대 젊은 힙합그룹 우디 고차일드(Woodie Gochild)의 역동적인 랩곡 ‘옹헤야’는 6080세대 서산 오지리 고창개 ‘머드맥스’ 부대 어르신의 경운기 질주의 배경음악인데, 세대 간 찰떡 궁합을 보이듯, 딱 맞아떨어졌다.
근육남의 할리데이비슨 보다 더 힙하다는 글로벌 평가를 받은 머드맥스 경운기를 자세히 보니, 경광등에다 군기(軍旗) 같은 것도 달았다. 서산 가로림만 갯벌에서 6080세대 어르신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 한국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를 보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깜놀, 감동, 눈물, 힐링, “오지는 K-창의력”, “도지는 효심” 등 반응이 쏟아졌다. 일을 축제로 만드는 ‘머드맥스’ 어로 작업은 지금도 이어진다. 최근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백령도와 오지리에 출현하는 물범 모양 표지석= 서산 대산읍내에서 서쪽길을 따라 가다 웅도 입구를 지나 ‘머드맥스’ 그 곳, 오지리 쪽에 막 접어들면 “배우 김무생, 김주혁 이곳에 잠들다”라는 표석이 나온다. 그리고는 백령도와 이곳에 출몰하는 물범(해표) 모양의 오지리 동네 표석이 여행자를 맞는다.
‘허술한 데가 없이 매우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는 뜻의 오지다는 이곳 오지리 간판 곳곳을 장식한다. ‘오지게’ 지구촌을 놀래킨 어르신들의 기세가 느껴지는 어휘다. 오지는 ‘검은 곶’이라는 자연마을 이름 때문에 까마귀오(烏)자를 쓰다가 지금은 나 오(吾)자를 쓴다. ‘나의 물터(吾池)’라는 뜻으로 강한 애착이 느껴진다. ‘오지는 장어’ 집 옆엔 동포염전도 있다.
오지보건진료소에 좌회전해 들어가면 차 한 대만 겨우 가고 간간이 교행용 인터벌을 둔 소로가 나온다. 하도 유명세를 타서 그런지, 대로부터 소로까지 머드맥스 촬영지 가는 길 표지가 세워졌다.
소나무가 아치형 정문처럼 드리워진 곳을 들어가 옥수농원을 지나면 바로 그 머드맥스 경운기 부대가 질주하던 갯벌을 내려다볼 수 있다.
▶고창개 해초바다숲= 정확히 ‘고창개 해초바다숲’이라고 명명된 곳에서 우리 어르신들이 자식 대학 보내고 손주 까지 본 뒤에도 힙한 경운기로 이동해 억척 어로를 했다. 이곳엔 독살 체험장도 있다. 입구엔 머드맥스 경운기가 근엄하게 작업대기 중이었다.
경운기에는 거침없는 질주의 상징, 경광등이 달렸고, 5분대기조처럼 작업 및 시동,수리 공구 가방이 걸려있었다.
작업은 해병대 용사들처럼 기민해야 한다. 물이 빠지자 마자 출동해 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키맨인 지윤근 이장은 하루목표량을 설정해 6080세대 장병들의 전투의욕을 고취시킨다.
소리 잘 하는 어르신 입에선 안단티노(조금 느리게) 한 곡조가 흘러나와 흥을 돋우지만, 손은 프레스토·비바체(매우 빠른)의 속도로 자연의 선물을 채취해 소쿠리에 넣는다.
옛날 국립 세곡창고가 있어 고창개(古倉浦)라 불린다. 가로림만은 1000년 넘게 군량미가 수송되던 항로였다고 한다. 군량미를 속초시 크기 만한 가로림만 항아리속에서 은밀히 이동시킨 것이다. 고창개는 예나 지금이나 먹을 것을 오지게 책임지는 곳이다.
서산시가 이곳 개발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관광시설도 없고 진입로가 좁다. 그렇다고 여행자가 불평할 이유는 없다. 오지리 어르신들은 추가 소득에 관심 없고 머드맥스 경운기로 내 자식 대학 보내면 그만인 분들이다. 그저 외부에서 누가 오면 미소 지어주고, 눈물에 옷자락이 젖은 여행객의 손을 고요히 잡아줄 뿐.
▶큰 부자 탄생한 오지리 반도= 오지리 반도의 서쪽끝 벌천포의 낭만은 해안가 예쁜산 오배산,가당산,자용산이 호위한다. 예쁜 반도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산들이 귀엽다. 인구에 회자되며 벌천으로 왜곡된 ‘벌말(筏村)’은 글자그대로 소금을 굽던 소금생산지였다. 천일제염으로 충남 제일의 갑부가 탄생하기도 했다. 벌천으로 가면서 깎아지른 해안 절벽이 병풍을 이룬다.
가로림만은 해역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희귀종인 점박이물범,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몇주전 가로림만 유빙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지난 19일 찾아본 가로림만에선 유빙이 뜯겨져 나간 지대가 해빙기를 맞아 조금씩 면적을 줄이는 모습이었다.
고창개 머드맥스 작업장 남쪽 앞에는 작은 솔섬과 조금 더 큰 조도, 남동쪽에 큰 섬 웅도가 있다.
솜섬은 반은 산이고 뚝 잘린듯 깎인 쪽은 백사장이다. 이 모래밭에 점박이물범이 가끔씩 올라와 오수를 즐긴다. 물이 차면 솜이 떠있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솜섬 뒤에는 좀 더 큰 조도가 이다. 조도와 솜섬 사이 갯골은 의외로 깊다
▶모세의 찻길 웅도, 유빙은 해빙= 웅도는 ‘모세의 찻길(일명 잠수교)’로 연결돼 있다. 대산읍내에서 고창개로 가기 직전 만나는 웅도는 밀물 때 잠수했다가 물이 빠지면 이 길을 달려 진입한다. 웅도어촌체험마을 입구 숙소에서 보면 썰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로 두줄 난간부터 나온다.
1.5㎢ 면적 즉 여의도 절반 크기의 섬에 61가구 128명이 산다. 섬이 곰(熊) 모양이라 웅도로 불리며, 400여년된 반송(盤松: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이 마을을 지킨다. 마을 전체가 체험교육장이다. 바지락캐기, 망둥어낚시, 깡통(드럼통)기차 마을 투어 등이 진행된다.
여느 몽돌해변과는 달리 편마암계열이 많아 각진 돌 해변이다. 마을 입구에 정자를 지어 쉬게하고 그 옆으로 해안 데크길도 만들었다.
웅도 곳곳에 거북바위, 두꺼비바위, 여우굴바위, 꼬지곶갑부리, 둥둥바위 등 기암괴석이 멋지다.
여우굴 바위를 비롯해 웅도리, 오지리, 벌천 등지 해식애(涯)에선 절벽에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을 볼수 있다.
절벽 소나무의 강력한 생존 의지, 그 자연 작품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점은 머드맥스 어르신들을 닮았다. 우리 머드맥스 ‘스산 으르신들’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급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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