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동선 공개 계속되는 논란
회사 메일에 움직임 고스란히
직장 내 불합리한 차별 다반사
개인보다 집단 중시 ‘K-방역 그늘’
신상공개 등엔 세심한 접근 필요
“확진자 ○○○씨는 2월 ○일 ○시께 ‘○○’을 방문했으며, 해당 장소를 함께 방문한 직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11일 메일함을 열다 깜짝 놀랐다.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메일로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2명의 실명과 이동 경로를 문서로 정리해 보냈기 때문. 확진된 직원과 동선이 겹친 10여명의 직원 실명도 고스란히 문서에 담겼다. A씨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소 내 근무자가 확진되면 전기 생산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히 코로나 대응을 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5만여명.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3명(전체 인구 수 5162만명)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 직장 동료, 지인이 코로나에 걸리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학교 내에서 여전히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의 신상공개를 하거나 차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 10만명 돌파를 앞둔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 내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은 확진자도 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B씨는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경위서를 써야 했다. B씨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게 된 과정에 소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B씨는 “미열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그런데 코로나 검사를 회사에 알리지 않고 받았다며 경위서 쓰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니 부당하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자가격리자·미접종자가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후유증으로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사람은 연차를 사용해 주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받기를 권유받는 등 확진자 외에도 자가격리자나 가족 감염자, 미접종자 등 다양한 분이 신고를 한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관련 상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급 내 확진자가 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초등학생 자녀가 코로나 치료를 받고 학교로 돌아간 C씨는 “담임선생님이 확진자 공개를 안 한다 해도 며칠 동안 학교를 결석하니 반 친구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코로나가 완치됐다 해도 학생들·학부모의 경계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 발생 3년차인데도 확진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이유로는 개인보다 사회적 편익을 중시하는 ‘K-방역’이 꼽힌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활동 영역이 침해당하더라도 사회 전체를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K-방역이 긍정적인 면만큼이나 그늘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확진은 개인 부주의 때문’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확진자·자가격리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키웠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사생활 침해’로 인식하는 사례 대부분은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라며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고, K-방역도 바뀌는 시점에서 과거의 방식이나 생각을 고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방역 당국도 K-방역 체제를 전환하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인권 관점의 방역 체계 구축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발주했다. 질병관리청은 제안서에서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의 인권 침해 가능성,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 대한 검토를 통해 방역 관련 법령 개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명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3만여명 늘어나 9만44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적 155만2851명이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