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기 ‘돈봉투 만찬’으로 불린 사건이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정히 조사해 공직기강을 세우라”고 지시했던 사안이다.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한참 후배 기수인 법무부 검사들과 먹은 밥값을 내고, 격려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면직 중징계 처분과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이 전 지검장은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징계 불복 소송에서도 모두 승소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일반 기업에서도 회사 임원이 회식비용을 직원들에게 같이 부담하게 하는 일은 없을 법하다. 여당 대선후보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없는 죄를 만들어’ 이전 정부 인사를 내쫓은 사건이었다. 실제 이번 정부에서도 검찰 고위직 간부가 일선 검사들에게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조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청산은 법원을 대상으로도 단행됐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적폐’로 낙인찍혀 유능한 인재들 여럿이 법복을 벗었다. 여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에겐 어김없이 지지자들이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정작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현직 판사를 끌어다 비서관으로 쓰는 일을 반복했다. 동료들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사법 독립을 외쳤던 판사들이 옷을 벗고 청와대로 직행했다. 더러는 총선에 출마해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재판만 한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호언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관례를 깨는, 이례적인 인사로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친동생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을 근무 연한을 초과하여 유임하였다. 이 인사 조치로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의혹 재판은 1년2개월이나 공전하다 최근에서야 공방이 시작되었다.

2018년 3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경찰은 김기현 울산시장 측을 공개 수사했다. 청와대가 제공한 첩보를 근거로 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 첩보는 여당 후보 송철호 씨의 ‘러닝메이트’ 송병기 씨가 제공한 것이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 벗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동원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안을 비교하자면 수사기관을 동원한 쪽이 훨씬 죄질이 나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측근이었던 김영식 전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법원 독립성은 오히려 퇴보했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꺼낸 ‘적폐 수사’ 발언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 사람들을 감옥 보내는 관행은 끊을 때가 됐다. ‘적폐 청산’ 과정에서 수사받은 사람들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강력한 분노’에는 공감하기가 어렵다. 정적을 제거할 땐 바늘구멍 같은 기준이 ‘우리 편’에겐 뒤로 물러났다. 2019년, 언론에 의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 비위가 발견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도 남겼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친동생, 5촌 조카까지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수사 검사들은 예외없이 인사불이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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