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인터뷰
‘오늘의 분리수거’ 자원순환 인프라
종이팩 수거율 0→68%로 끌어올려
“쓰레기는 구매의 흔적”…데이터 사업도
거점식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 진출
“재활용에 재사용 더해져야 순환 경제”
“경고하는 사회보단, 선행이 보상받는 사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지난해부터 스타벅스는 제주도 전역과 서울 일부 지역의 매장을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데, 고객이 직접 컵을 세척해 반납해야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4~5회 이상 사용되며 다회용으로서의 가치를 다 하면 다행이지만, 직접 반납해야 한다는 수고로움 때문에 실제로는 일회용 플라스틱처럼 쓰이고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지만,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반납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의 배태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저는 ‘그린워싱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노력도 안 하면, 결국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거든요. 결과적으로 보니 실제론 환경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섣불리 비판하기보다는 더 완성도 있는 대안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보고 응원해주시면 어떨까요?”
지난 2016년 설립된 오이스터에이블은 분리수거앱과 사물인터넷(IoT) 분리수거함을 개발한 업체다. 오이스터에이블의 기술로 재활용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음을 지자체가 먼저 알아봤고, 이어 스타벅스,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달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CES2022에 SK텔레콤의 파트너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설립한 지 6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이 연이어 러브콜을 받은 데에는, 그린워싱이라고 욕먹을지언정 뭐라도 해야 한다는 배 대표의 행동력이 유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력은 그린워싱과는 선을 그어도 될 만큼 지역 사회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먼저 오이스터에이블의 서비스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자원순환을 돕는 인프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우선 IoT 재활용 분리수거함 ‘위빈’과, 수거함에 쓰레기를 넣었을 때 포인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앱 ‘오늘의 분리수거’가 있고요. 또 스타벅스 에코매장에 도입된 것처럼 재사용 컵을 회수하고 순환시킬 수 있는 디바이스를 ‘랄라루프’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전공이 건축학인데요. 어떤 계기로 쓰레기 관련 사업에 뛰어드셨나요.
“석사 과정에서 친환경 건축, 친환경 도시 설계 쪽을 공부했어요. 공부하다 보니 도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교통하고 쓰레기더라고요. 근데 교통은 우리나라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도 워낙 잘 돼 있었던 반면, 환경 문제는 누구도 해결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학 동기 세 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뒤, 오이스터에이블은 빠르게 성장했다. 3년 뒤인 2019년,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고, 지난해 또 한번 투자금을 유치하며 약 1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실 폐기물 재활용에 AI 등 IT 기술을 접목한 기업은 오이스터에이블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이스터에이블의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 대표는 ‘이용자의 참여와 성취감’에 집중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어떻게 재활용품을 잘 회수하고, 잘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분리배출 과정 자체를 쉽게 받아일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소 구현에 집중하거나, 확보한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매매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죠.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더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주목했습니다.
우선 보상 프로그램을 보다 공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쓰레기 하나를 버릴 때마다 최대 200원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데요. 획득한 포인트로는 기부도 할 수 있고요, 내가 얼마나 잘 분리배출하고 있는지 점수와 전체 등급도 보여줘 참여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충분히 보상받게 해준다는 게 핵심 같은데, 그럼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포인트 제공의 재원은 기업 참여를 통해 마련합니다. 환경·사회적 책무·거버넌스(ESG)에 관심이 많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저희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거죠. 일종의 ESG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실제 마케팅 효과가 증명된 흥미로운 사례도 있어요. A기업 우유를 먹고 종이팩을 분리배출한 한 이용자가 보상으로 B기업 우유 제품을 받았을 때, 그 이용자는 이후 우유를 구입할 때 B기업 제품을 찾으시더라고요. 보상받기 전에는 A기업의 우유를 마셨지만, B기업 이름으로 이뤄진 보상 이후 구매 전환이 일어난 거죠.”
-소비자 보상을 위한 재원은 해결됐군요. 그럼 매출은 어디서 일어나죠? 분리수거함은 누가 구입하는 건가요?
“지자체가 가장 큰 고객입니다. 요즘 스마트시티나 그린 뉴딜 쪽으로 굉장히 많은 관심이 있고, 예산도 많이 편성되고 있거든요. 지자체 입장에선 저희 서비스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양은 줄여낼 수 있습니다. 저희 분리수거함은 전국에 약 370곳에 설치돼 있는데요. 그 중 70%가 아파트 단지에 있는데, 이건 지자체에서 구입해 설치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직접 분리수거함을 구입해 자체 사옥에 설치하거나 지역 사회에 기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요.”
-분리수거함을 설치한 전후 재활용률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저희가 서울 송파구에서 종이팩 재활용으로 시범사업을 했었는데요. 사실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별도로 배출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 중에 종이팩 수거 시설을 별도로 구축한 곳은 거의 없죠. 즉, 대부분의 종이팩이 태워지거나 묻히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별도 수거함을 설치한 이후 종이팩 재활용률은 68%까지 높아졌습니다.”
-아예 재활용률이 ‘제로’였던 소재라 효과가 더 뚜렷했던 것 같네요. 그럼 플라스틱처럼 기존에도 재활용이 이뤄지던 소재의 경우는 어떤가요?
“사실 이 부분이 답답합니다. 개선 효과를 얘기하려면 비포-애프터를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비포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어요. 특정 지역에서 특정 폐기물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그중에 제대로 재활용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저희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가 누적되기 시작했거든요. 지금껏 실패했던 폐기물 관리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데이터를 놓고 고민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때문에 지자체에서 가장 많이 호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 분야를 보다 발전시켜,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공 데이터 판매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데이터를 찾는 것은 비단 지자체뿐만 아니다. 쓰레기는 구매의 흔적이다. 즉 기업 입장에서 폐기물 데이터는 자사 제품이 가장 덜 버려지는(덜 팔린) 지역이 어디인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유난히 덜 버려지는(덜 팔린) 지역은 어디인지, 우리 제품을 가장 자주 버리는(구매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폐기물 데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양질의 데이터가 개인화 돼 있다는 거예요. 보통 우리는 물건을 살 때 한 곳에서만 사지 않잖아요. 온·오프라인이 갈리고, 온라인도 채널이 여러 개고.. 그런데 폐기물은 내 집 앞에서 내가 버립니다. 누군가의 구매 내역을 가장 집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죠.”
-데이터 외에 또 주목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있나요?
“배달 시장에 적용될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을 내년 중 선보이려고 합니다. 현재 다회용기 시스템은 배달기사들이 용기를 수거해 회수 거점에 반납하는 방식입니다. 배달기사에게 비용을 내야 하니, 지금은 지자체 등 지원이 있다지만 언젠가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다회용기 회수 시설을 분리수거함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분리수거장이나 상업시설 등 소비자 근처 주요 거점에 마련하려고 해요. 집 앞에 쓰레기 버리러 나오듯이 다회용기를 반납하는 거죠.
현재까진 사업의 초점을 자원순환에 맞추고 있지만, 궁긍적으로는 재활용 단계에 들어서기 앞서 애초에 폐기물 발생을 줄여내야 한다고 배 대표는 강조했다.
“재활용과 재사용이라는 두 개의 큰 자원순환 고리를 만들어내야 진정한 의미의 순환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시민들의 참여고요. ‘지금 위기입니다, 참여해야 해요’ 경고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내가 좋은 활동을 했을 때 사회가 나를 대우해 주는구나’ 하고 느낄 문화를 만드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