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의 첫 흥행 실패작으로 불리던 영화 ‘아일랜드’는 한국에서 유독 흥행성적이 좋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박사로 인해 동물복제의 가능성과 기대가 커진 시점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환경오염으로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 믿고 지상에 남아 있다고 전해지는 환상의 섬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 유일한 꿈이지만 실은 이들은 장기 적출을 위해 사육되는 클론이었다. 지금은 이미 이 영화의 배경시점인 2019년이 지나버렸고, 줄기세포를 다루는 현실적인 과학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허술하거나 과대망상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고찰해볼 요소들이 많다.
2022년 우리는 장기 대체를 위해 인간 클론이 아닌 돼지, 침팬지, 양과 같은 동물의 장기를 이식거부반응 없이 활용하고자 연구하고 있고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위해서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미니장기(오가노이드)를 개발 중이다. 기존에는 사람에게 의약품을 적용하기 전 비임상 단계에서 안전성이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이용했지만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종간 차이로 인한 예측성의 한계로 인해 이를 지양하려는 추세다. 이와 함께 줄기세포 기술, 3차원 배양기술, 첨단 분석기술들의 발전으로 인간 줄기세포 유래의 미니장기 모델이 차세대 의약품 평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간, 심장, 폐, 장과 같은 체내 장기는 혈액이나 림프순환계에 있는 다양한 신호에 의해 교류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이루고 있지만 개발 중인 미니장기 모델은 아직 단일 장기의 고도화에 치중돼 있어 생체 내에서의 생리학적 복잡성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체내와 유사하게 장기들을 이어주기 위해서는 다중 장기칩 모델이 주로 활용되고 있고, 인체 약물평가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간, 심장, 폐, 뇌, 혈관 등 다양한 장기의 조합으로 체외 인체모방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글로벌 비임상 독성연구기관으로 미니장기 모델 기반 인체독성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생리학적 복잡성이 개선된 간-심장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기능성이 검증된 다양한 간, 심장 오가노이드 모델 연계를 통해 약물의 간 대사정보가 반영된 심장 연계 독성을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의약품을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긴급하게 비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이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시간적 부담과 그 결과를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인간 체내 시스템을 보다 실제와 유사하게 모사할 수 있는 비임상 평가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다중 장기칩 플랫폼은 환자 특이성을 가지기 때문에 약물 감수성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 맞춤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의약품 평가를 위한 가장 좋은 비임상시험 모델은 인간의 체내와 유사한 모델이지만 영화 ‘아일랜드’가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처럼 우리는 인체와 가까운 모델을 개발할수록 인간윤리 문제가 고려돼야 하며 규제과학 범주 내에서 최선의 모델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이향애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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