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보수 인하 이후 뿔난 중개사들
인테리어·이삿짐·청소업체 연결 등
개별 서비스 구분해 보수청구 구상
지난해에는 ‘발품비’ 둘러싼 논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인중개사협회가 향후 대출이나 이사업체 안내 등을 개별 서비스 항목으로 떼내 보수를 받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중개보수(중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그동안 공인중개사를 통해 부동산을 매매 또는 임대·임차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부분에도 일종의 ‘수고비’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 사이에서는 “지금도 서비스에 비해 중개보수가 과도한데 더 받으려 한다”면서 대체로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혁 신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개보수 체계 다변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중개사들은 단순 주택 알선뿐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이삿짐센터와 대출정보 안내 등 많은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보수 체계는 정립이 안 돼 있어서 앞으로는 이 부분도 보수로 받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개사들은 매물을 중개하면서 인테리어나 이삿짐, 청소업체 등의 연락처를 고객에게 무료로 전달하고 있는데, 단순히 연락처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업체별로 견적을 내주면서 보수를 받는 등 업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지난해 중개보수 상한요율 인하에 따라 줄어든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그간 중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는 점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수고비’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한 ‘주택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에는 “집을 구경한 뒤 계약하지 않더라도 중개사에게 수고비(발품비) 명목으로 실비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알선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고객에게 여러 집을 보여주고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중개사들의 불만을 반영한 조치였으나, 궁극적으로 중개보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의 개선방안과는 어긋난다는 점에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중개사의 추가 보수 확보 방안에 대해 “전혀 상의 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정해진 수수료조차도 받을 수 없다는 민원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기존의 중개가 아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겠다는 구상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에 얼마나 보수를 책정할 것이며 현실성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없던 비용 항목이 새로 신설될 가능성에 대해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개서비스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부동산 가격에 연동해 급증한 중개보수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여전한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안을 두고 “하는 일에 비해 중개보수가 많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 중개업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릴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 “그렇다면 중개보수도 최고요율을 들이대지 말고 세부적으로 나눠서 한 만큼만 받아가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삿짐 견적은 애플리케이션만 이용해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얼마나 더 나은 서비스로 보수까지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