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거래시장 침체 계속

12월 월간 거래량, 역대 최저치 기록

불확실성 속 시장 ‘관망세’만 짙어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 역대급 거래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저조한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 이후 정책변화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나타난 ‘거래 실종’ 현상은 새해에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날 기준 1109건으로 파악됐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3일 남은 상황에서 1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치 기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2월(1523건)보다도 적다.

금융위기급 거래한파…빙하기의 서울 아파트시장[부동산360]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의 매매거래량 역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낼 정도로 극심한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2706건으로 전월(4217건)의 64% 수준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10월 2205건, 11월 1371건으로 계속 줄었다. 이는 2008년 9월 1849건, 10월 1519건, 11월 1163건 이후 각각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연간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4만2279건으로 집값이 급락했던 2012년(4만1079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2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더해 참여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가 작동하고,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하며 서울 아파트값이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시기다. 2020년(8만1189건)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거래절벽은 해를 넘겨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97건이다. 지난해 1월 5795건의 8.6%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본격화한 대출 규제 강화에 금리 인상, 집값 급등 피로감, 대선 이후 정책변화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거래될 뿐, 나머지 매물은 적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빚으로 투자) 등으로 집을 사들였던 20·30대는 정부의 ‘돈 줄 죄기’에 매매시장에 진입할 길이 막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실거래가도 하락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발표한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15% 내렸고, 서울 아파트도 전월 대비 0.79% 떨어졌다. 내달 공개될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지수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다는 사람은 판다는 사람에 비해 현저히 줄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91.2)보다 1.9포인트 내린 89.3으로,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준선(100)보다 낮다는 건 현재 시장에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더 강하다는 뜻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올해 상반기는 전년 말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거래량은 집값의 바로미터인만큼 거래절벽이 장기화할수록 가격 하락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 둔화와 개인별 대출의 어려움,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이 줄었고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매도·매수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초 눈치 보기 속 거래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시세보다 싼 매물만 팔리는 ‘급매물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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