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도 불안” 러시아·우크라 싸움 불똥이 왜 우리 기업한테…[비즈360]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경원·문영규·김지윤 기자] 러시아의 침공 우려로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자동차, 천연가스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수출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3대 산유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발(發) 원자재 가격 급등시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 조달 여건까지 악화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어야 한다.

▶러시아 수출 절반 車업계 ‘비상’=국내 기업 중에서는 러시아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9600만달러(약 3조원)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400만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019년 기준)은 각각 29.2%와 15%로 차 관련 품목이 전체의 44% 가량이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현지 공장 상황도 예의주시 중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산 20만대 규모의 자체 생산공장을 가동해 온 데 이어, 2020년 11월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신공장 재정비 후 가동을 준비 중이라 이번 사태를 더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러시아에 자동차와 부품을 대거 수출하고 있어 러시아 내수 시장 위축 등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주로 활동하는 범위가 국경 지역이 아니라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부품 조달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고, 산업이 침체해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현대차도 불안” 러시아·우크라 싸움 불똥이 왜 우리 기업한테…[비즈360]

▶러시아 가전 1위 삼성·LG도 ‘예의주시’=국내 가전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내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장내 비중이 크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내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자산 규모는 1조2448억원 수준이다. 현지 판매법인(1조1245억원)과 연구개발(R&D) 조직(455억원), 우크라이나 판매법인(2743억원) 등을 포함하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자산은 2조70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 역시 모스크바 인근 루자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LG전자의 러시아 등 기타 지역 매출 비중(2020년 기준)은 2.9% 수준이지만 규모로 보면 1조6634억원이다.

“삼성·현대차도 불안” 러시아·우크라 싸움 불똥이 왜 우리 기업한테…[비즈360]
LG전자 러시아 루자 공장. [LG전자 제공]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 수출을 막는 방식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스마트폰,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로 전체 수출(99억8300만달러)의 1%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4%로 1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북미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매출비중이 크지는 않아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쟁 발발시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CJ제일제당, 오리온,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롯데호텔, CJ CGV 등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초조한 마음으로 관망하고 있다.

▶인플레 촉발로 ‘눈덩이 이자’ 될까=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상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 악재다. 이미 러시아는 원자재를 무기화하며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가스 공급을 중단한 당일 유럽연합(EU)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거래소 천연가스 가격은 1MWh(메가와트시)당 175유로(최고치)로 치솟았다. EU의 경우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비롯해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등을 주로 수입하는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입액 중 에너지 연료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폭될 경우 통화 긴축 시계가 빨라져 국내 기업들의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재무 담당이 안전도 책임?” 대기업들도 ‘이 법’ 때문에 끙끙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