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통일 급한데 결정은 더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건이 3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방역정책 등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일이 이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헌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사건은 2827건이었다. 2020년의 3241건보다는 줄었지만 2019년의 2730건보다는 100건 가까이 많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해 접수 건수가 가장 많았다.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헌재법 68조 2항)이 아닌,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헌재법 68조 1항) 사건 접수도 2020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헌재 사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권력으로 인한 헌법소원은 2019년 2062건이 접수되며 헌재가 문을 연 1988년 이후 처음 2000건을 넘었다. 2020년 2472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220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공권력 행사·불행사 관련 헌법소원이 한 달 평균 180건 정도 헌재로 향했던 셈이다.
이같은 통계는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시행된 방역정책을 두고 기본권 침해 여부를 확인받으려는 신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자영업자들에 대한 영업제한, 예배 등에 대한 모임제한 관련 헌법소원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시행된 방역정책을 두고 헌법소원이 이어졌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은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는 위헌”이라며 지난해 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합금지·제한 등 영업제한 조치를 했지만 그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고시에 손실보상에 대한 아무런 근거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피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방역패스(백신접종·음성확인제) 제도의 위헌성을 판단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청구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고교생 양대림 군 등 시민 450명은 “백신 접종 없이는 식당·카페뿐 아니라 학원, 독서실의 출입도 제한돼 기본적인 학습권마저 침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양군 등은 지난 7일 효력정지 가처분도 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020년과 2021년 2년간 6000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되고, 공권력으로 인한 헌법소원도 4600건 넘게 접수됐지만 누적되는 사건 수에 비해 헌재의 결론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변호사시험 전날 코로나19 확진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 외에 코로나19 관련 사건에서 유의미한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상인 및 시민단체들은 얼마 전 헌법소원 청구 1년을 맞아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최근 방역패스 사례에서 보듯 각 법원 재판부의 결론이 다른 경우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전국적인 단위에서 통일적으로 방역제도가 적용될지 말지를 정하는 경우 헌재가 통일적 전체적으로 결론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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