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동산시장 전망 살펴보니
연구기관 “집값 상승폭 줄되 오름세 여전할 것”
“금융규제 여파로 시장 반전될 것” 의견도
‘임대차법 2년’ 전세시장 불안 가중 우려
대규모 토지보상금 풀릴듯…시장 자극 가능성
오피스·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유동성 유입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부동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운 갈림길에 서 있다. 연초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최소 한두 번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무엇보다 부동산이 핵심 이슈가 된 대통령선거가 오는 3월로 예정돼 있어서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을 맞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지난해 말 질주를 멈추며 시장이 짙은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추세적 하락 국면에 진입할지, 일시적 소강에 그칠지 전문가들도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떨어진다’는 하락 전망과 ‘그래도 오른다’는 상승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일단 국내 주요 연구기관은 올해 주택시장이 제한적이나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격 하락이 대세가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기관들 일제히 “집값 상승”=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을 포함한 주택산업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은 올해 집값이 2~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지난해 전국의 주택 가격 상승률(14.97%)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급등세를 보인 지난 2년을 제외한 직전 10년간 평균 2.16%의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선 결코 낮지 않은 전망치다.
이들은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실질적인 공급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긴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산연이 자체적으로 주택 수급 상황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국의 주택 부족량은 38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14만가구, 경기·인천은 9만가구가 모자랐다.
여기에 당장의 입주 물량 부족과 전세시장 불안, 다주택자 증여 확대 등도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권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재개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 등이 집값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락 반전 가능성도=그러나 주택 가격이 보합세를 나타내거나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가격 상승 피로감과 고점 인식에 강력한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압박, 보유세 부담 증가까지 집값 상승을 제한할 만한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부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차이가 벌어지며 신용 규모가 확대되는, 이른바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주택 가격의 하방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최근 들어선 동두천·화성 등 수도권 외곽은 물론 은평·강북·도봉구 등 서울에서도 집값이 하락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지만 올해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며 “금융 규제 강도와 금리 인상 속도, 보유세 체감 부담감 정도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시장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단연 선거다. 양당 대선후보가 각종 부동산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세금과 관련한 정책 변화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전세시장 불안 가중 우려=전세시장에 대해서는 공급 부족 등으로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민간 연구기관이 밝힌 전셋값 상승률 전망치는 3.5~6.5% 선으로 매매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 새 임대차법 시행과 보유세 강화 등의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까지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을 연장했던 물건이 올해 8월 말부터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 체결되는 신규 계약물량부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토지보상금 등 유동성 장세 계속=지난 한 해 뜨거웠던 오피스, 상가,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의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고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고점 인식도 확산되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흐름이 끊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토지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규제를 확대하면서 다소 위축된 경향이 있으나 예년보다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비주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특히 올해 3기 신도시 등 토지보상금이 수도권에서만 20조원가량 풀릴 것으로 추산되는데 자금의 상당수가 부동산으로 재투자되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변수는 유동성의 흐름”이라며 “상반기까지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상 토지보상금의 절반은 부동산에 재투자된다고 본다.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정부로서도 단기간 내 급격히 올리긴 부담이기 때문에 당분간 유동성이 유지되며 부동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부터 비주택담보대출도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받고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인상되는 만큼 투자 수요가 다소 수그러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뛴 반면 수익률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 매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에 대한 투자 열기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데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