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전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말이 되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계는 수학 모델링을 통해 전염병 확산세를 예측하고 이동형 음압병동을 개발하는 등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해 왔다. 하지만 팬데믹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이에 다시금 심기일전해 국민의 삶을 지탱할 과학기술 성과들을 이끌어낼 때다.

최근 성과와 관련된 과학기술계 소식들을 접하면서 한 가지 실감하는 것은 이제는 특정 분야, 소수의 뛰어난 과학기술자의 노력보다는 융합과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들이 더 많이 창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만 해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술 분야별로 크고 작은 300여개 기업들이 힘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 예측에는 의료인, 수학자, 데이터 전문가 등 다양한 인재가 참여했다. 국제적으로 노벨과학상 공동 수상이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융합과 협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는 융합기술이 변화의 근간이자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에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의 D.N.A(Data, Network,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전의 시스템과 시장을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자율주행차나 도시 전체가 지능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제어하는 스마트시티 등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융합 연구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제3차 융합연구개발 활성화 기본계획’을 근거로 도전적 융합과제·분야 발굴, 플랫폼 구축과 인재 양성, 체감형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연차별로 이행해 나가는 중이다. 과학기술융합 연구개발비의 경우, 2018년 집행기준 2조 2996억원에서 올해 3조 5536억원까지 확대했다. 장기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융합 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한편 융합과 협업의 파급력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특히 기술·분야별 연구 동향을 탐색하고 연구자 간 활발하게 교류할 기회가 부족해 이 부분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과학자-소통 포럼’을 통해 모빌리티, 에너지, 생명 등 분야별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내년에는 국가전략 융합기술 15개 분야 동향을 공유하는 장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중에는 차세대 통합교육 시스템(가칭 ‘과학기술인 알파(α) 캠퍼스’)을 오픈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협업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융합을 뜻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를 어원의 의미 그대로 옮기면 ‘한 점에 집중된다’로 풀이된다. 인재와 지식, 노력이 한 지점에 모여 뒤섞여 소통하는 순간이야말로 바로 혁신과 새로움이 태어나는 시작점이다. 새해에는 과학기술 현장에서 융합과 협업의 성과들이 속속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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