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 조회 논란, 각 분야 전방위로 확산
수사 무관한 시민들 조회 사실도 속속 알려져
“공수처 해명 필요, 견제 못하는 게 더 문제”
법세련, 23일 김진욱 처장 등 고발하기로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와 관련없는 대상의 통신자료까지 통신사로부터 광범위하게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공수처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를 취재하는 기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드러나며 본격적으로 촉발된 논란은 이제 기자들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조회 요청을 아무도 먼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가 통신사에 신청해야 뒤늦게 조회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새로 확인될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2일 박성민·박수영·서일준·윤한홍·이양수·조수진·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 7명 및 전 채널A 기자 이동재 씨와 이씨 지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새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이 지인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니며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도 아닌 순수한 민간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공수처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조회 사실이 알려지던 단계만 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이어진 ‘통신자료 제공 제도’ 비판의 연장선이었다. 법상 영장없이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 열람이 너무 쉽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공수처도 기존 수사기관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시작되자 공수처는 지난 13일 “수사 대상 주요 피의자 들 중에는 기자들과 통화가 많거나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는 이들 피의자들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수많은 통화 대상자들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면서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크게 번지고 있다. 고위공직자 수사와 무관한 시민들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이성윤 특혜조사 의혹’을 보도했던 TV조선 기자의 가족, 고위공직자 수사와 무관한 외교전문가 등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위공직자 수사와 관련없는 시민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은 공수처의 기존 해명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시민들이 통화 상대방으로 기록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TV조선 기자 등에 대해 공수처가 통신자료와 별개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했다고 본다. ‘통화 상대방’이 아닌 ‘통화 당사자’로 기자의 통화내역을 파악하고서, 그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흔적이 가족 등의 조회 내역에 남았다는 것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통화내역이 담겨 있다. 기자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닌데도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해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명분으로 한 취재 경위 확인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합법이라 강조하지만 사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공수처가 수사와 무관한 이들에 대해서까지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명백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행태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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