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적 책임 다하지 않는 것, 되풀이안돼”

‘님비’ 관련 주민들에게 직접 권고는 처음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한 마을 주민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자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장애인거주시설인 A시설이 B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 사건을 살펴본 결과 B마을 주민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중증장애인 34명이 거주하는 A시설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시설 이전을 위해 지난해 6월 B마을에 있는 고시텔 건물을 매입했다. B마을은 해당 건물 주변 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이다.

A시설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B마을 주민들은 반대 움직임에 나섰다. ‘A시설이전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할 지자체에 탄원서를 넣고, B마을 입구와 도로변에 시설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탄원서에는 “중중장애인 거주시설이 마을 중심부에 자리 잡게 되면 젊은 여대생들이 혐오감을 느끼고, 성범죄 발생 우려 등으로 원룸 입주를 기피할 것이 자명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수막에도 ‘원룸촌 학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등 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표현한 문구가 기재됐다.

B마을 주민들은 시설 이전 반대 집회를 하며 “여대생 많은 원룸촌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웬 말이냐”라는 피켓을 들거나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인권위는 B마을 주민들의 행위에 대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장애인거주시설을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지역사회 내 장애인과 장애인시설이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님비 현상”이라고 봤다.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 행위이자, 장애인 괴롭힘에 해당한다고도 판단했다. 특히 장애 관련 모욕적·위협적 발언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차별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장애인 시설 이전을 반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할 시민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자 명백한 장애인 차별로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님비 현상과 관련해서 지자체에 의견 표명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권고한 것은 처음으로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