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

외로움·공포는 모두 환자 몫

응급상황 대처능력도 떨어져

주거취약층엔 또다른 고통이…

고시원·쪽방촌 확진자 늘수도

생활치료시설로 이송 대기중인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강모 씨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사무실. 김빛나 기자
생활치료시설로 이송 대기중인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강모 씨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사무실. 김빛나 기자

“방문이 열릴 때마다 아이가 옮을 까봐 노심초사했어요.” 월요일인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손모(38) 씨는 3일 간의 재택치료 기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아버지·남편과 8살·6살 자녀까지 자가격리 대상자가 돼 집 안에 확진자 1명·자가격리자 4명이 함께 지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방이었던 안방은 손씨의 병상이 됐다. 손씨는 “뼈 마디마디마다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족 걱정에 극심한 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가 원칙이 되자 환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이 곁에 없어 혼자 병과 싸워야 한다는 데다, 심리적 공포도 커졌기 때문이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병상·생활치료센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택치료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해법을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스로 먹는 진통제 외 방법 없어”=재택치료자의 가장 큰 걱정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다. 재택치료자는 원칙적으로 하루 2차례 비대면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비상시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진단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손씨는 “새벽에 열이 38.8도까지 치솟고, 오한을 느꼈으나 의료진이 워낙 바쁘다 보니 연결이 잘 안 됐다”며 “스스로 진통제를 먹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하루에 몇 차례 전화를 건다고 해도 환자의 진술만으로는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게다가 의료진 한 명이 담당하는 재택치료자 수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일일이 챙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촌 등 주거취약계층 환자, 1주 이상 방치”=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주거취약계층은 재택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강모(76) 씨는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의 사무실에서 재택치료 중이다. 확진 판정을 받자 집주인이 그를 내쫒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강씨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스스로 약을 챙겨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봉명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는 “강씨는 선별진료소마저 내 도움을 받아 방문했는데 재택치료를 어떻게 하냐”며 “생활치료센터가 부족해 5일째 사무실에 계시는데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시원이나 쪽방촌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은 재택치료가 아닌 생활치료센터 이용대상자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동명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치료센터가 부족해 대기 기간이 일주일까지 길어지면서 사실상 방치된 환자가 많다”며 “공용시설이 많은 고시원·쪽방촌은 확진자 한 명이 나오면 빠르게 전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봉명 간사에 따르면 최근 2~3주 동안 돈의동 쪽방촌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만 60여 명이다.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생활치료시설에 협조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확대 적용을 위해서는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재택치료는 치료가 아니라 사실상 방치 수준이 될 것”이라며 “고령층·1인가구 등 취약계층 재택치료보다 미국처럼 컨벤션센터나 운동장에서 환자를 모아놓고 집중 치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