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조건 따라 이기업서 저기업으로
52시간으로 실질임금 줄자 잡쇼핑 러시
코로나19로 입국자 줄어 구인난 더 심화
#1.비철금속업체 B사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주 52시간근무제가 7월부터 강제되면서 야근수당이 대폭 감소하자 줄지어 이직, 12명이던 외국인 근로자가 5명까지 줄어든 것. 남은 인력만으로는 일감을 다 소화하기 힘들어 인근 업체의 근로자를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쓰는 실정이다.
#2.제조업체 A사는 최근 내국인과 외국인을 나눠 근무조를 정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체로 이직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이들을 달래느라 근무조를 재편한 것이다. 이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과 근무시간을 일부 조정하면서 근무 일정을 내국인들과 다르게 짜서 적용한다.
주 52시간근무제 확대와 코로나19로 인력난이 심화된 와중에 ‘외국인 잡쇼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시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더 커졌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력을 붙잡기 위해 주 52시간 대비를 미루거나 외국인 요구에 맞춰 임금,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미봉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외국인 잡쇼핑은 말 그대로 더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 배경은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에 7월부터 확대 적용된 주 52시간제가 있다. 제조업 기피현상이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은 외국인력 의존도가 높아졌다. 매년 쿼터를 받아 E-9비자(비전문취업)로 들어오는 신규 외국인력은 2017년 5만837명, 2018년 5만3855명, 2019년 5만1365명으로 늘었다.
의존도가 높아진 와중에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신규 입국이 급감, 외국인 근로자들은 ‘귀하신 몸’이 됐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은 6688명으로 줄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를 기준으로 7045명 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가 어려워지자 현장에선 이들의 ‘배짱’이 심해지는 상황.
여기에 올해 7월부터 5~50인 사업장으로 주 52시간제가 확대되면서 실질임금이 줄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잡쇼핑이 본격화됐다. 현행법상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4년10개월 근무할 수 있다.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상해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최초 3년간 3회까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 중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을 두고, 근로조건이 달라졌다며 사업장을 변경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잡쇼핑을 강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브로커의 알선으로 임금을 더 높게 제시하는 곳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체 커뮤니티도 활성화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한 지방 중소기업 대표는 “예전에는 중국 근로자들끼리 임금을 서로 비교해보며 사업주에게 이 정도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일 등이 있어서 중국보다 동남아시아 직원들을 선호했다. 이제는 동남아 근로자들도 커뮤니티가 탄탄해졌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정해진 사업장을 무단 퇴직하면 불법체류자가 되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이들도 많다.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급여가 워낙 크기 때문. 이종길 금속열처리조합 전무는 “중소기업은 기본급이 높지 않아 주말특근이나 야근수당 등이 많이 붙는 구조”라며 “월 400만원대 급여를 받던 근로자가 주 52시간 적용 이후 200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792개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코로나19 이전 연간 4만명 수준이었던 제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도입쿼터를 1만명 이상 확대해달라는 요청까지 나왔다. 그만큼 구인난이 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잡쇼핑까지 보태져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