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이사람 정명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
특수부 아닌 형사부·공판부서 16년째 근무
올 7월 저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출간
검찰조직 내에서 능력 인정받은 ‘이야기꾼’
“(경북)상주의 어느 시골 마을에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서 집단으로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범인은 그 마을회관에 같이 있던 유일하게 쓰러지지 않은 나머지 할머니였죠.”
정명원(43·사진 사법연수원 35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야기꾼’이다. 2016년 검찰이 선발하는 국민참여재판 분야 공인전문검사 2급(블루벨트)에 선정된 전문가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검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특수부·공안부’가 아닌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내내 근무했다. 보통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사건을 맡았다. 공판부에 있으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전담했다.
정 검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2015년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살인 사건’을 꼽았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사실을 전하는 그의 능력은 법정에서도 큰 힘을 발휘해, 당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를 결정했다.
정 검사는 상주 농약 사이다 살인 사건을 회상하며 “온몸을, 온 정신을 다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종 진술을 할 때의 몰입감을 잊을 수 없다던 그는 ‘사건과 일체가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배심원들이 5일 동안 너무 지치고 힘든데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분들의 눈빛,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아서 이후에도 제가 국민참여재판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데 밑바탕이 되는 거 같다”는 말도 부연했다.
정 검사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부분은 우리가 뭘 가지고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고자 하는지를 국민께 설득하는 작업”이라며 “느리고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흥미롭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포함한 공판검사 역할이, 세상이 주목하는 검사 이미지와 거리가 멀더라도 자신의 적성이 맞고 적합한 일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이야기꾼인 정 검사는 최근 책을 내기도 했다. 올 7월 출간된 저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이다. 그에게 ‘민원인’이란 “어떨 땐 피하고 싶지만 이 일을 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어떤 본질”이다. “검사라는 일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16년째 검사로 생활하는 게 되게 힘든 일이었는데, 나를 여기까지 밀고 온 게 뭘까 생각해보면 초임 때 민원인 분들한테 정답이 없는 이야기를 듣고 답을 내려고 노력한 그 과정들이 이어져 온 것 아닌가 싶어요.”
정 검사는 ‘형사부·공판부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글을 썼다. 덕분에 요즘엔 형사부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동료들이 ‘우리의 목소리도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위로가 됐다’고 말을 건넨다.
‘이렇게 지방을 다니고 이름나지 않은 일들을 하는 검사도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직구속(검찰에서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을 많이 못 하는데, 많이 하고 싶지 않은데 검사여도 될까’ 등의 고민은 오랜 시간 정 검사를 따라다녔다.
정 검사는 이번 출간을 통해 이러한 고민들이 일단락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그는 ‘기소보다 불기소가 마음이 편하다’고 고백한다. “누구를 구속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불기소할 수 있는 완벽한 이유를 찾았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어요. 기소든 불기소든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진실의 끝까지 간다는 점에서는 똑같죠.” 그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답을 낸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계속 상처 입는 일이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다루는 건 어쨌든 비극이고, 비극을 아무리 잘 다뤄봤자 결국 어느 쪽으로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들이 본질적인 슬픔”이라고 했다.
정 검사는 자신의 저서에서도 “나는 이제 이야기꾼 검사가 되기를 꿈꾼다”라며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어 최고로 생생한 이야기를 배심원이라는 관중에게 풀어놓고 싶다”고 적었다.
‘과장하지 않고 거짓이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것’, ‘그러면서도 배심원의 흥미를 끌면서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는 것’. “무엇보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을 사건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관건”이라는 정 검사가 전하는 자신만의 문법이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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