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신경진 지음, 마음서재)=MZ세대들은 사랑이 결혼의 필수조건이라는데 콧방귀를 뀐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다. 결혼이 필수도 아니다. 이런 결혼관에 부모 세대는 얼마간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사랑’에 무게를 둔다.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신경진이 7년만에 내놓은 ‘결혼하지 않는 도시’는 반세기만에 확 바뀐 한국의 결혼 풍속도를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성장과 개발을 외치던 1960년대, 자유와 전통이 혼재된 1990년대, 개인과 행복이 최우선인 2000년대까지 사랑과 결혼의 양상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일찌감치 사랑과 결혼의 환상을 접고 무작정 상경, 돈놀이를 통해 재산을 불린 영임과 쌍둥이 형의 대입 대리 시험과 구직으로 신문기자가 된 하욱은 욕망으로 똘똘 뭉친 광기의 개발시대를 보여준다. 영임은 강남개발 붐에 편승, 잠실, 압구정동 등 요지의 아파트를 싹쓸이하면서 남편에 대한 애정결핍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은희와 정우, 태윤은 불안한 청춘 속에서 꿈도 사랑도 불안정하다. 운동 전력이 있지만 사회적 지위를 욕망하는 정우는 은희와 부잣집 딸 태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한나는 캐나다에서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한 채 찰스와 동거하면서 다양한 커플들을 만나게 된다. 한국에선 이상한 일이 이곳에선 평범하다. 저자는 특히 주류에서 밀려난 3040세대들에 주목, 연애와 결혼, 출산, 집, 경력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현 세태를 투영했다.

▶공유지의 약탈(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가이 스탠딩의 신작. 공유지의 민영화·사유화가 어떻게 불평등을 낳았는지 탐색, 자연과 인간, 미래가 공생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공유지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모든 자연자원, 토지, 숲, 황야와 공원, 물, 광물, 공기 등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적· 물리적 환경 뿐만아니라 특허와 저작권, 사회기반시설, 전파 등 무형의 문화적·공적 자원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저자는 대처주의를 맹비난하는데, 특히 공유지 무시와 사회가치 절하를 지적한다. 한 예로, 북해 유전의 경우 대처는 이를 사영화한 반면, 노르웨이정부는 지분을 유지해 조세와 배당 수입을 국가 자본기금에 투자, 노르웨이 복지의 수원으로 만든 반면, 사영화한 영국 석유의 상당부분은 중국 공산당 기업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대처는 사회공유지의 귀중한 부분인 국민건강서비스도 사영화, 2018년엔 더 이상 국립회된 공공서비스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설립한 병원재단들은 최저비용 입찰가때문에 서비스 질을 떨어드렸고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진의 괴로는 의료사고로 이어졌다. 노인돌봄, 우편, 대중교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긴축이란 이름 아래 공유지의 사유화가 가속화, 사회가치 절하를 심화하고 불평등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최초의 공유지 헌장인 1217년 ‘삼림헌장’의 의미를 되새고고, 공유지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어떻게 구할 것인지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특히 공유지의 상업적 이용과 개발에 대한 부담금을 주 원천으로 하는 공유지 기금 조성과 투자수익을 동등하게 배당, 기본소득화하는 방안 등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선거로 읽는 한국정치사(김현성 지음, 웅진지식하우스)=1960년 3·15부정선거는 4.19 혁명을 촉발했지만 그에 앞서 1958년 5월2일 실시된 제4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 예행연습격이었다. 공무원과 경찰이 대거 동원,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3인조·9인조 투표’가 횡행, 사실상 공개 투표가 됐다. 수면제를 탄 닭죽을 먹여 표를 바꿔치기하려 한 ‘닭죽 사건’도 벌어졌다. 이런 대대적 부정행위는 결국 이승만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4·19 혁명, 유신헌법, 6월 항쟁, 촛불 시위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은 선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성 씨가 쓴 ‘선거로 읽는~’은 격돌과 파란, 불법과 꼼수, 역전과 반전의 역사 기록이자 현실정치를 무대로 한 흥미진진한 선거이야기다. 책은 지금까지 치른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선거가 결정적 시기에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선거 속에는 이미 우리의 미래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선거가 제 기능을 못했던 독재나 권위주의 시대에도 새로운 변화는 결국 선거를 통해 싹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87년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은 1985년 제12대 총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잡고 만든 신생 야당이 득표율에서 여당을 앞선 데서 시작됐으며, 유신 체제 하에서 실시한 1978년 제 10대 총선 역시 야당인 신민당이 여당인 민주공화당을 앞서면서 훗날 10·26사태와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책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선거현장을 재조명하면서 선거와 관련된 기네스북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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