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미 유사 사례 재조명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벨라루스 정부가 전날 폭발물이 있다는 첩보를 명분으로 자국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라이언에어의 여객기를 자국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킨 사건을 유럽과 미국 등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자, 비슷한 전력이 있는 미국을 향한 조롱 섞인 반박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행사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전용기가 오스트리아에 착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미국 정부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용기에 미국 기밀을 유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 국가들을 압박해 이 전용기를 사실상 강제 착륙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라이언에어 경우처럼 전투기까지 동원되지 않았지만 프랑스, 포르투갈 등이 자국 영공에 이 전용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재급유를 위해 오스트리아에 착륙해야 했다.
그러나 스노든은 이 전용기에 타지 않았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3년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서방이 벨라루스 영공에서 벌어진 일이 '충격적'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충격적'이다"라고 촌평했다.
이어 "미국은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비슷한 일에 충격받아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타국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사건은 1985년 10월에도 있었다.
당시 미군 F-14 전투기 4대가 출격해 이집트에서 튀니지로 가던 이집트항공 여객기를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항에 착륙하도록 했다.
미국은 자국민 1명이 사망한 여객선 납치 사건에 가담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F) 조직원 4명이 이 여객기에 탑승한 사실을 포착하고 이런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
강제 착륙 뒤 시칠리아 공항에서 미군 네이비실과 이탈리아 경찰이 대치하는 긴장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PLF 조직원들의 신병을 이탈리아 당국이 확보해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해법을 찾았다.
2010년 2월엔 이란군 전투기가 키르기스스탄 항공사 이스톡-아비아의 여객기를 이란 남부 반다르압바스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켰다.
이란 당국은 공항에서 이 비행기에 탔던 승객 2명을 테러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이란의 반정부 무장조직인 준달라의 핵심인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벨라루스 당국의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한 라이언에어 여객기 강제 착륙 사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제재에 대한 전폭적 지원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벨라루스의 강제착륙과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체포는 국제 규약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이라며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사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충격적인 사건과 협박을 받고 촬영된 듯한 프라타세비치의 영상은 정치적 이견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끄러운 공격"이라며 "유럽연합(EU)의 제재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여객기가 역내 항공을 비행하고 공항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제제재안에 합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