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민훈기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민훈기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2020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다이나믹함을 보여 주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 측면 보다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인한 쇼크였기에 발생 초기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은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한 엄청난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미 연준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파격적이고 신속한 대응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았으며,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2021년에 들어서는 백신의 개발과 함께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차츰 키워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3월 저점에서 거의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약 20% 정도 높은 수준이다. 팬데믹 초기 충격 이후 금융시장을 지탱했던 큰 버팀목은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와 채권 매입, 정부의 재정정책과 부양책에 따른 현금 지급 등을 통해 주식 시장으로 흘러간 유동성의 힘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과 시장참여자들은 그 공(功)을 자신들의 능력으로 오인하는 착각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들이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다소 과장되어 있는 듯한 경제 지표들은 기저효과(Base Effect)가 사라지는 2분기 이후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림1. 참조). 따라서 예상치 못한 변동성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무리없이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이성적으로 과열되어 있는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기 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투자원칙들을 하나씩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시즌을 마친 프로 선수들이 시즌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좋지 않은 습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듯이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정답이라는 것은 인생을 대하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이는 부의 축적과 명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이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에 있어서도 정답은 없다. 물론 투자라고 하는 것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하는 것이다 보니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대다수 투자자들의 바람임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투자를 고려할 때 최우선시 하는 판단의 기준을 수익률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익만 있는 투자가 있다면 모두가 다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익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것이다.

오랜 투자의 역사에서 포트폴리오 투자, 장기 투자 등이 대표적인 투자의 정석으로 인정받고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자산배분을 활용하여 특정 자산이 투자성과에 미칠 수 있는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으며, 장기투자는 투자 기간을 너무 짧게 잡았을 때 특정 시기나 기간이 투자성과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들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충분히 시장에서 검증이 되어 왔으며 성공적인 투자로 다가가기 위한 과정에서 가져가야 하는 필수 요소이자, 투자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투자를 함에 있어서 선제적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하나는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투자는 곧 수익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익만 존재하는 투자라면 성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에 상응하는 위험을 묶음으로 가져가길 원한다. 사람은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지만,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수익을 잘 내고 있는 구간일 때는 투자자가 어떤 투자성향을 갖고 있는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손실 구간에 들어가게 되면, 이를 대하는 투자자의 대응은 투자 성향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해서 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손실 500만원 생각에 아무 일도 못하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자기가 하던 일을 변함없이 해나가는 투자자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내가 원하는 수익률과 그 수익을 위한 대가 즉, 얼마만큼의 손실(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투자 성향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여러 상황과 나이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

올해 초 투자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증시의 회복 과정에서 글로벌 유동성과 저금리의 달콤한 열매에 빠져 시장의 밝은 면 한쪽 만을 보며 자신의 투자성향을 간과하고 한걸음한걸음 좀 더 공격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조정 이후로 투자자들이 다른 쪽 면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투자를 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또 한 가지는 투자하는 자금의 성격이다. 글로벌 유동성의 힘으로 밀어 올린 증시와 부동산, 암호화 화폐의 급등의 바람을 타고 불어 온 대박의 꿈이 ‘영끌‘, 빚투’ 와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미 곳곳에서 그에 따른 우려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그 목적이 주택구입자금, 전세자금, 자녀학비, 결혼자금, 노후자금, 여유자금 등 나름대로의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기간적으로도 기일을 정해 놓은 필요 자금이 있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히 있는 자금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절대로 손실이 발생해서는 안 될 자금이 있고,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데 이를 제쳐두고 아무리 수익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모든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기일이 정해져 있고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자금을 투자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금의 용도와 기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100%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어떤 환경이 펼쳐지더라도 그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준비가 ‘금융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짜 점심(해리 마코위츠. Harry Markowitz)’이라는 자산배분이 될 수도 있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장기투자가 될 수도 있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건물을 지으려면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토목공사가 견고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자산배분과 장기투자라는 확실한 투자원칙이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투자성향과 자금의 성격이 반영이 되지 않는 투자라면 상황에 따라 모래 위의 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우리 인생과 평생 같이 가야하는 투자가 아름다운 동반자로써 편안하게 동행하기 위해서 자산배분과 장기투자라는 기둥을 올리기 전에 투자성향과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여 어떤 흔들림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해야겠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금융 시장에 뛰어들어 일희일비하며 치열하게 투자수익을 쟁취하는 방법도 있지만, 투자 성향과 자산의 용도에 맞게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서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편안하게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