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고 저항하겠다” 글로벌 향한 이해진의 ‘야심’ [IT선빵!]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G2(미국·중국) 위주의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거대 제국주의에 맞서 끝까지 버티고 저항했던 회사로 남고 싶다. 저항하다 결국 쓰러졌다가 아니라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2019년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주최 심포지엄)

2년 전 미·중 디지털 제국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던 이해진(사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가 경영 전면에 본격 등장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손잡고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을 띄웠다. 국내서는 CJ·이마트 등 초대형 유통 강자와 잇따라 ‘커머스 동맹’을 맺고 거침 없이 확장하고 있다. 이해진 GIO가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지 4년 만이다. 동시 글로벌 사업 설계를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의 가득 찬 야심을 드러냈다.

이달 1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각 자회사인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통합을 완료하고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일본 내 최대 메신저(라인)와 포털(야후재팬)이 합쳤다. 향후 5년간 5000억엔(한화 약 5조 3000억원)을 투자, 오는 2023년도 매출 2조엔(한화 약 21조 2000억원), 영업이익 2250억엔(한화 약 2조 4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해진 GIO는 새롭게 출범한 지주회사 ‘A홀딩스’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A홀딩스’는 신생 ‘Z홀딩스’ 지분을 65% 보유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는다.10년간 일본 검색 시장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이해진 GIO의 세 번째 도전이다. 네이버의 ‘기술’과 소프트뱅크의 ‘경영’을 결합해 아시아 최대 IT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검색·포털, 광고, 메신저와 더불어 커머스, 로컬, 핀테크, 공공 등 IT기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의 구글·아마존, 중국의 텐센트·알리바바 등 거대 인터넷 제국들과 맞서기 위한 이해진 GIO의 청사진이 본격 수면 위로 올라왔다.

“끝까지 버티고 저항하겠다” 글로벌 향한 이해진의 ‘야심’ [IT선빵!]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오른쪽) 소프트뱅크 회장

국내서도 이해진 GIO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판교 네이버 본사에서 전격 회동한 후, 네이버와 이마트는 지분 맞교환을 포함한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교환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히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양사가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커머스 신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전체 거래액이 26조8000억원으로,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다. 여기에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도 교환하며 ‘택배 동맹’까지 맺은 상태다. 이에 이마트가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SSG닷컴 배송시스템’과 네이버의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류망’을 공유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신세계·CJ로 이어지는 ‘기술-유통-물류’ 삼각편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이해진 GIO가 국내외로 연합군 세력을 키우는 것은 미국과 중국 IT기업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 위해 동맹 확보를 최우선 전략을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우군 확보를 위해 물밑에서 연합군 구상을 해온 셈이다.

실제 2016년 네이버와 라인이 프랑스 투자회사 코렐리아 캐피탈에 5000만 유로씩 출자한 것 관련 이해진 GIO는 “코렐리아 캐피탈의 ‘코렐리아’는 영화 ‘스타워즈’ 속에서 연합군의 베이스캠프가 있던 행성 이름에서 땄다”며 “이는 G2에 맞선 연합군이란 뜻”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그가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된다. 앞서 이해진 GIO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에 데이터(정보)를 빼앗기는 건 매출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며 데이터 자산 전쟁에서도 네이버의 끊임 없는 도전을 강조한 바 있다.

“끝까지 버티고 저항하겠다” 글로벌 향한 이해진의 ‘야심’ [IT선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