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경각심,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화 불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심상친 않다. 29일 신규 확진자 수는 나흘만에 500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확산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특히 이날 확진자 수가 줄어 든 것은 주말 검사 건수가 직전 평일 대비 7000여건 감소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족·지인간 모임, 학교, 학원, 사우나 등 일상 공간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416명…단계 격상 기준 범위에 들어=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50명이다.
전날(503명)과 비교하면 53명 줄었으며, 지난 26∼28일(581명→555명→503명) 사흘 연속 500명대를 기록하던 게 나흘만에 500명 아래로 떨어졌다.
방역당국이 ‘3차 유행’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지난 8일부터 22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은 11차례고, 400명대는 1차례, 500명대는 3차례나 된다.
무엇보다 지역발생 확진자가 연일 400명대를 이어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지역발생은 413명으로 전날(486명)에 이어 이틀 연속 400명대를 이어갔다.
최근 1주일(11월 23일∼29일)간 상황만 보면 전체 신규 확진자는 하루 평균 441.6명꼴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지역발생 확진자는 일평균 416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기준에 들어왔다.
신규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보면 서울 146명, 경기 95명, 인천 22명 등 수도권이 263명이다. 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전날(323명)보다 60명 줄었지만, 전체 지역발생의 63.7%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확진자는 총 150명으로, 지난 24일부터 6일 연속(103명→108명→151명→188명→163명→150명) 100명대를 이어갔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서울에서는 강서구 댄스·에어로빅학원 관련 확진자가 26명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155명으로 늘었고, 마포구 홍대새교회 관련 확진자는 11명 추가돼 누적 135명이 됐다.
또 서울 휴대전화 어플 사용자 모임(22명), 경기 화성시 지인모임(15명), 인천 남동구 동창 모임(11명), 강원 홍천군 공공근로(12명) 등 곳곳에서 새 집단감염도 확인됐다.
이 밖에 부산·울산 장구강습(91명), 서울 서초구 사우나 2번 사례(63명), 충북 제천시 김장모임(누적 25명), 청주시 당구장 선후배 모임(22명) 등 기존 집단발병 사례에서도 연일 확진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따라가지 못하는 방역 속도…“1·2차 대유행과는 다르다”=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3차 유행의 양상이 기존 1·2차 유행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앞선 두 차례의 유행에서는 각각 ‘신천지 대구교회’와 ‘사랑제일교회 및 광복절 집회’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했던 터라 역학조사와 접촉자 차단 및 진단 검사가 비교적 용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상 감염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당국의 접촉자 추적 및 감염 차단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확진자 1명을 찾아내 주변을 검사하면 이미 수명, 수십명 단위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후다.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3차 대유행’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새로 확진된 5037명 가운데 16.5%에 해당하는 829명의 감염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비율은 지난 15일부터 13∼14%대를 유지하다가 27일 15.4%로 오른 뒤 28일에는 16.5%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 불명 환자가 많다는 것은 어디선가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결국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은 앞서 ‘2차 유행’ 여파가 지속됐던 지난 9월 19일 28.1%까지 치솟은 바 있다.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의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최근 확산세의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지난 27일 신규 확진자 569명 가운데 20대가 86명(15.1%)이고, 30대가 85명(14.9%)이었다. 여기에다 40대(99명)까지 더하면 20∼40대 청·장년층이 총 270명으로, 전체의 47.5%를 차지한다.
젊은 층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앓고 지나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새 ‘n차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경각심도 많이 느슨해진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큰 화를 불러 왔다”며 “‘젊은 사람은 걸려도 죽지 않는다, 괜찮다’라는 얘기가 나오다보니 젊은층은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일상활동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의 코로나19 유행은 이전과 달리 계절적으로도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환경이다. 방역 대응 및 통제가 어렵다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들의 협조,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 필요”=이렇게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방역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다 강력한 메시지로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확진자 수가 조금 줄었다고 소비 쿠폰을 발행하거나,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할 때 오히려 내리는 등 정부가 상황 진단에 있어 헛다리를 짚은 측면이 있다”며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지만 거리두기 격상 등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사망자 증가, 병상 부족 등 파국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3차 유행이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 때보다 확산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칫 1차 유행보다도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 접촉을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방역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검사 범위를 넓히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