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셋값 급등 수억원
매매에 이어 ‘전세 타이밍’ 놓치니, 갈 수 있는 집 면적 줄어
학군지에선 1년 전 매맷값 수준으로 전세 올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경기도 분당 서현동 시범우성 아파트. 지난 10월 84㎡(이하 전용면적)가 전셋값 9억원 최고가에 계약서를 썼다. 이 가격은 지난해 연말에 이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아울러 올 1월 같은 아파트 134㎡ 전세보증금과 같은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엔 현재 84㎡의 매물이 보증금 9억3000만원 수준에 나와있다.
# 서울 강동구 새 아파트인 고덕아이파크. 이 단지에선 새 임대차법 시행 전인 6월 말에는 145㎡가 7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이제 그 액수론 84㎡ 전세도 어렵다. 10월 실거래 등록된 전셋값은 8억원으로, 그마저도 현재 매물이 없다. 이달 16일 145㎡는 12억5000만원에 전세거래 등록을 마쳤다. 단 5개월만에 4억800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대형 면적 아파트 전세를 구하던 돈으로, 중형 아파트 전세도 가까스로 얻는 ‘전세 다운그레이드’가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이 가중되자 19일 공공임대 공급을 늘리는 ‘전세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기대는 커녕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직장이나 학군을 고려해 장기간 거주를 결정하는 자녀를 둔 3인 이상 가구에게는 공공임대 공급이 효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생활여건이 좋은 신축 대단지나 학군지에선 전세 매물도 없고 가격도 여전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가장 학업성취도 평가가 좋다는 내정중과 수내중 학군지 아파트 전세 시장은, 품귀라는 표현으론 부족할 정도로 씨가 말랐다. 수내동 양지2단지 청구 아파트는 7월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전엔 134㎡가 8억원에 전세 계약을 마쳤는데, 이제는 84㎡도 그보다 1억원 이상 더 줘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그마저도 매물이 없다. 이 일대는 초등 저학년에 주소를 등록해둬야, 해당 중학교 배정을 받을 정도로 학군 배정 경쟁이 치열하다.
대전 둔산동 크로바도 114㎡가 3일 전세 최고가인 8억원에 계약했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종전 전세보증금은 5억원 밑이다.
서울 강서구 강서힐스테이트도 23일 84㎡가 8억원 보증금에 전세 실거래 등록이 됐는데, 올 초였던 2월엔 이 아파트 152㎡가 8억원대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요자들의 ‘학습효과’만 높아지고 있다.
분당 학군지에 올 초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매수한 40대 김 모씨는 “당시만 해도 집값이 많이 올랐을 때여서, 꼭지가 아닌가 불안했지만 이제와 보니 전세로도 살기 힘든 수준으로 값이 상승했다”면서 “정부 규제가 오히려 매수든 전세든 빨리 계약해야 한다는 조급증만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시장에 맞지 않는 대책을 성급히 내놓으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임대 공급 확대는 전세난을 겪고 있는 3~4인 가구 수요에는 맞지 않다”며 정책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규제가 현실에서 오히려 부동산을 이슈화하면서 군중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매매·전세 시장 모두 내년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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