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내 아이폰은 ‘자급제’였는데, 교환 받은 아이폰은 ‘통신사폰’이라구요?”
#. 얼마 전 쿠팡에서 자급제 아이폰12를 구매한 A씨. 카메라에 먼지가 낀 것을 발견해 공인 서비스센터에서 새 제품으로 교환을 받았다. 그런데 통신사 전산에 제품 등록(확정 기변)을 시도하자 “해당 제품은 자급제 단말기가 아닌 통신사 단말기로 5G 요금제 사용 시에만 전산 등록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당황한 A씨는 애플 측에 문의했으나 “애플은 자급제와 통신사폰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급제 아이폰12가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교환을 거친 후 ‘통신사폰’으로 둔갑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애플이 교환 시 자급제와 통신사향폰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급제 스마트폰이란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제조사 및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스마트폰이다. 국내 이통사는 휴대전화의 주민등록번호라 할 수 있는 IMEI(단말기 고유 식별 번호)가 이통사 전산망에 사전에 등록돼 있으면 이통사향, 그렇지 않으면 자급제폰으로 구분한다.
증발한 LTE 요금제…“책임 미루기에 답답”
소비자들은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LTE로 사용하고 싶어 자급제로 구매했다. 하지만 교환 받은 제품의 IMEI가 이통사 전산망에서 ‘자급제’가 아닌 ‘통신사폰’로 식별돼 문제가 생겼다.
현재 이통사는 ‘자급제 5G폰’에 한해 LTE요금제 신규 가입·확정 기변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을 바꿔 끼우는 ‘유심 기변’ 형태로 LTE 서비스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단말기를 이통사 전산에 등록해 소유권을 인정받는 ‘확정 기변’은 불가능하다. 확정 기변이 되어 있지 않은 휴대전화는 보험 가입, 분실 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5G 요금제 개통 후 LTE로 바꾸거나, 별도 절차를 거쳐 전산망에 등록된 코드를 바꿔야 한다. 통신사마다 민원 해결 절차와 방법도 다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애플, 이통사,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가며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소비자 B씨는 “비싼 돈 주고 구입하고도 검수도 제대로 안 된 불량품을 받았는데 애플, 서비스 센터, 이통사 모두 책임지려 하지 않고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통신사와 애플이 해결하지 않고 소비자가 불이익에 직접 맞서야하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첫 5G폰 혼란…자급제·이통사 구분 필요
해당 문제는 애플이 서비스 센터에서 자급제와 이통사향폰을 구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추정된다.
A씨는 “애플은 자급제·통신사를 구분해서 제품을 교환해 주지 않는다. 만약 통신사 유통폰을 애플에서 줬다고 해도, 5G만 되는 것은 통신사의 정책이라 애플과 별개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서비스 센터가 “해당 센터는 자급제, 유통 모델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애플에서 제공한 일반 새 기기로 교체해준다”라고 답했다 전했다.
반면 국내 제조사는 자급제와 이통사향 휴대전화를 구분해 교환해준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통사 별로 구분해 앱을 탑재하는 등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반면, 해외 제조사인 애플은 자급제와 이통사폰이 기기 상에서 차이가 없다. 5G 상용화 이전에는 자급제·이통사를 구분하지 않고 교환을 해줘도 통신 이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나, 현재는 LTE와 5G 통신 서비스가 구분되면서 해당 문제가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5G폰으로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이통사 정책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추후 스마트폰 분실·파손 등으로 교환과 리퍼를 받게 되는 사람이 많아질텐데 제조사와 이통사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