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소재 얇은 구리막 '동박' 생산기지
SK넥실리스, 올 1월 SKC 1.2조원에 인수 이후 공격적 투자
5, 6공장 중설 한창…2022년 생산능력 5.2만t
동남아, 유럽, 美에도 공장 검토…연내 부지 발표
[헤럴드경제(정읍) 김현일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의 한적한 도로를 지나 정읍 제3산업단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파란 지붕의 SK넥실리스 공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SK그룹이 올 들어 공격적인 투자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동박 사업의 전초기지다.
지난 9일 찾은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일대는 대규모 증설 작업으로 분주했다. 올 3월 공사를 시작한 5공장은 벌써 4층 높이의 외관을 갖춘 채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바로 그 뒤편에서는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5공장과 같은 규모의 6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각 공장마다 1200억원씩, 총 24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얇은 구리막, 즉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 정읍공장은 총 12만9000㎡(3만9000평) 규모로, 정읍 제3산업단지 내 최대 부지다.
기존 주차장으로 쓰던 부지마저 신규 공장을 위한 용도로 전환할 만큼 SK넥실리스는 최근 생산시설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경영지원총괄은 "5, 6공장이 완공되면 동박 생산능력은 2022년 5만2000t으로 늘어난다"며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동박 생산기지가 된다"고 말했다.
1996년 LG금속으로 출발한 SK넥실리스는 올 1월 SKC가 1조2000억원에 100% 인수하면서 SK그룹에 편입됐다. 불과 1년도 안 돼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인 정읍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이재홍 경영지원총괄은 "SK넥실리스의 잇단 증설과 생산인력 증가에 힘입어 정읍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띤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정읍을 넘어 이제 전라북도에서 중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SK넥실리스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에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지난 9월 출하량이 2600t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들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도 돌파했다.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의 배경에는 SK넥실리스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4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 개의 동박 제조설비가 보였다. 은빛 티타늄의 원통형 드럼통이 물레방아처럼 돌아가자 드럼통 표면은 금세 얇은 구릿빛 막으로 뒤덮였다. 동박이 생산되는 순간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2차전지용 동박을 30㎞ 길이로 생산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4㎛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수준이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서 가정용 알루미늄 포일(16㎛)과 동박을 번갈아 만져보니 두께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얇을수록 배터리 무게도 가벼워지기 때문에 전기차 경량화를 숙제로 떠안고 있는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도 동박 제조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자사의 동박 기술력이 업계 평균보다 5∼8년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상현 생산본부장은 "4㎛ 동박 개발도 처음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해냈다"며 "현재 3~3.5㎛ 동박 개발을 위해 계속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정읍공장 부지가 꽉 들어차면서 SK넥실리스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에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안으로 첫 해외 부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해외 공장에는 정읍공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첨단 시스템이 그대로 이식된다.
이재홍 경영지원총괄은 "원가절감 측면에선 전기공급 가격과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가 유리하다"며 "고객사가 밀집한 동유럽과 미국도 근접성 측면에서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