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보보좌관, ‘전략적 모호성’ 견지 입장 밝혀

대만 압도하는 中 군사력…침공 시나리오 돌아

中 공격 가능성 높아지며 美 대응도 긴박

[제작=신동윤 기자]
[제작=신동윤 기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대만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 및 침공 위협이 가시화 되는 것에 맞춰 직접 지원으로 전략을 선회할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점차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美 “전략적 모호성 견지…대만, 고슴도치 돼야”

대만에 대한 지원 폭을 늘려가고 있는 미국이지만, 현재 공식적으로는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강조하는 모양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 연설에서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 해변에 상륙하려는 시도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미국은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시 미국이 직접 군사력 지원에 나설지에 대해선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대만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군사 개혁에 나서 중국의 침략 야욕을 꺾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0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군사력 증강에 나선 중국의 위협을 대만인들이 국방비 증강을 통해 막아내야 한다”며 “대만은 군사적으로 ‘고슴도치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22일 공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22일 공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고슴도치 전략이란 누군가 고슴도치를 공격하면 그 가시로 인해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게 되는 것처럼 ‘대만을 건드리면 중국이 크게 다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압도하는 中 군사력…침공 시나리오 돌아

최근 들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대만의 군사력 만으로 중국의 공격을 막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양국간 군사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전투기 보유 대수는 1500대로 대만(400대)의 4배가량이고, 구축함은 8배나 많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오리아나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가디언에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해군이 대만을 침공해 점령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은 중국과 미국의 세력 균형을 바꿨다”며 “중국 해군은 이제 미국 해군보다 더 많은 군함을 보유하고 있고, 모두 서태평양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공격 능력과 의지를 가진 중국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2년 안에 대만 공격 준비를 완전히 마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이터]
중국 인민해방군. [로이터]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나 신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미국의 대응 능력이 떨어질 때를 노려 오는 11월 3일이나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을 전후해 전격적인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가디언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은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프라타스(중국명 東沙群島·둥사군도)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몇 개의 환초 등을 공격하거나 대만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하기 위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남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시나리오도 세간에 돌고 있다.

中 공격 가능성 상승에 美 대응도 긴박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갈 수록 커지면서 미국은 공식적 입장과는 별개로 대만 방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사실상 철폐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미국 군함을 293척에서 355척으로 늘리는 ‘퓨처 포워드’ 계획을 내놓는 등 대만 방어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 전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 전투력의 60∼70%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돼 있다.

[로이터]
[로이터]

중국이 국경절 연휴(10월 1~8일) 기간에도 연일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무력시위에 나선 것에 대응해 미군은 대만군과 함께 초계기와 정찰기를 동원, 방공미사일 부대가 군용기를 추적하며 중국군의 ‘침입’에 맞대응하기도 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에만 중국군의 Y-8 대잠초계기가 모두 4차례 대만 ADIZ에 들어왔고, 지난달 16일 이후로는 총 12일에 걸쳐 대만 ADIZ에 진입했다. 일부 중국 군용기는 양안 간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미국이 설정한 이 선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달 17일에는 중국군 J-16 전투기와 H-6 폭격기 등 18대가 4개의 방향으로 동시다발 출격해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ADIZ를 동시에 침범하기도 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해 대만 인근 해역에서 토마호크와 하푼 미사일을 실사격하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조성됐다.